[사설] 국회, 동료의원 감싸기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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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또다시 동료 의원 감싸기 차원의 '방탄 국회'를 열려고 하고 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어제는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까지 나서서 "8월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했다.

서로 막말을 하며 싸우다가도 어떻게 이 문제에 부닥치기만 하면 한 목소리를 내는지 기가 막힌다. 이러니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정치개혁이 코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鄭대표는 "당내 신당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출두하겠다"고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아마도 鄭대표는 국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되지 않는다는 의원 불체포특권에 기대어 끝까지 버티다가 불구속 기소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鄭대표가 이렇게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작동하기 어렵게 되며, 민주당 신주류에 의한 신당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鄭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검찰에 출두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당의 명예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다. 검찰이 집권당 대표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기야 하겠는가.

야당까지 한통속이 되어 연말까지 국회를 열겠다면 우리는 그 속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박명환 의원을 보호하겠다는 것 아닌가.

洪총무는 북한 핵문제의 시급성과 중대성, 경제위기 등을 임시국회 소집 이유라고 말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이런 문제는 7월 국회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었다.

굿모닝시티 3천여명 피해자의 눈물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면 국회는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기능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회는 조속히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검찰도 정치권에 반박할 빌미를 주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는 있다. 사전구속영장의 내용이 유출되면서 鄭대표가 "검찰이 교묘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 반론문을 내는 상황이다. 자칫 감정적 대응으로 비춰지면 모처럼 힘을 내는 검찰이 양비론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