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엿보기] 열기 식은 청약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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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서 요즘 주택건설업체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약 열기가 식어 브랜드와 뜨는 상품 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론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D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 주상복합건물의 아파트 분양에 앞서 오피스텔 청약을 받았으나 신청자가 거의 없는 바람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름난 학교.학원 밀집, 편리한 생활편의시설 등 뛰어난 입지여건'을 내세웠는데도 청약 당일 모델하우스는 썰렁하기만 해 회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피스텔보다 아파트에 관심이 쏠린 것 같고 공고 뒤 곧장 청약을 받아 홍보할 시간도 부족했다"고 업체 측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업체라는 자신감으로 분양을 낙관해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순위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수도권 택지지구에 지난달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했다가 2순위에서 마감되고, 수도권 전철 개통 예정지의 분양 단지는 겨우 미분양을 면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올 들어 침체된 아파트 분양 시장과 달리 높은 청약경쟁률과 계약률을 보이는 아파텔로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 역시 분양 장담은 금물이다.

I건설은 지난달 중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주거용 오피스텔 15~40평형 1백61실을 내놓았으나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때문에 회사 측은 아예 설계를 바꿔 9~18평형 원룸형 오피스텔(2백88실)로 다음달 다시 분양키로 했다. 기존 계약자는 원룸형으로 재계약을 권하고 원치 않을 경우 계약금을 돌려주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아파텔이어서 어렵지 않게 분양될 것으로 낙관한 게 착오였다"며 "다시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아파텔보다 원룸형 수요가 많다는 결론을 내고 철저히 지역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에 오피스텔 분양계획을 갖고 있는 S사는 이 업체와는 반대로 평형을 키울 방침이다. 강남구 논현동에 14~35평형 1백30실의 오피스텔을 분양하려다 78평형 39실로 공급계획을 바꿨다.

업체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으나 주변에 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이 잇따르는 등 대형 평형 수요가 많다"며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분양성만 믿고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높은 값에 내놓았던 업계의 잘못된 행태가 사라지고, 지역 수요에 맞는 질 좋은 상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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