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앞서 달러 방파제 '개보수'…은행 일정비율 외화 비축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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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외환시장 안전판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손질한다. 은행의 단기 외채 급증을 막기 위해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 한도를 확대한다. 개별 은행의 외화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는 내년부터 공식 도입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자본 유출 우려를 감안해 외환시장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파제’를 보수한 것이다.

정부는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외환 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국내 은행은 기존 30%에서 40%,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은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한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는 정부가 2010년부터 도입한 ‘거시 건전성 3종 세트’중의 하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물환 포지션 제도는 미국의 확정적 통화 정책, 조선업 호황 등으로 자금 유입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단기 외채가 급증하는 것을 관리하려고 도입한 규제”라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돌아섰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유출 압력이 커져 시장 여건에 맞게 제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3종 세트 중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제외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환 건전성 부담금 등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의 비예금성외화부채(전체 외화 부채-외화예수금) 잔액에 만기별로 0.02~0.2% 수준의 부담금을 물리는 외환 건전성 부담금 제도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요율을 일시 하향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향후 급격한 자금 유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부담금 부과요율이 높아지면 금융기관 차입이 줄어들어 급격한 자본유입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요율을 낮추면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 자본유출에 대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외화유동성 관리 규제도 개편한다. 외화 LCR 지표를 내년 1월부터 공식 도입한다. 외화 LCR은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금 유출에 대한 유동성 자산 비율을 나타내는 모니터링 지표다.

현금과 외화지급준비금, 신용이 높은 채권 등 유동성이 높아 언제든 회수할 수 있는 외화자산을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유출-유입)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2017년부터 모든 은행에 규제로 적용된다. 일반은행의 경우 2017년 6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상향조정해 2019년에 80%까지 올린다.

또 기업은행, 농협, 수협과 같은 특수은행은 2017년 40%에서 2019년 80%까지, 산업은행은 2017년 40%에서 2019년 60%까지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외국은행의 한국 지점과 수출입은행, 외화부채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적용이 면제된다.

정부는 이달 중 은행, 협회 등을 대상으로 이번 규제개편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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