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최경환, 전대 출마 시동 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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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57층).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같은 당 대구 지역 의원들이 오찬을 한다는 소식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먼저 온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이 입을 열었다. “언론이 별것 아닌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일을 꼬이게 해요. 조선시대 대표적인 당쟁이 예송논쟁인데요. 조선 경국대전을 보면….” 말을 이어 가려는 순간 최 의원이 도착했다. 최 의원은 “오늘은 식사만 하는 자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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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대구지역 당선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해 정태옥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의원. [뉴시스]

질문 몇 가지만….
“오늘은 정말로 식사 자리예요.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지 마세요. 제가 경북 출신이고 지난번 총선 때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기에 축하 겸 해서 밥 한 끼 하는 자리입니다.”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 얘기도 나누나.
“전혀 그런 자리가 아니라니깐요. 그 점에 대해선 지금까지 말씀드린 데서 달라진 게 없습니다.”(최 의원은 4·13 총선 참패 직후 “누가 등을 떠밀어도 당 대표 선거에 나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비공개 오찬이 시작된 뒤 최 의원은 “선거 때 봐서 알겠지만 이제 TK(대구·경북)도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최 의원과 TK 의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를 위해 20대 국회가 노력하자는 취지의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연이틀 대구·경북 의원들과 식사
앞으로도 다른 의원과 줄줄이 예약
일각 “최, 당권 잡아 반기문 지원 소문”

하지만 ‘전당대회’나 ‘당권’ ‘계파’ 같은 민감한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최 의원은 식사를 마친 뒤 “오늘은 정말 식사만 했어요. 식사만”이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오찬에는 대구가 지역구인 곽상도·곽대훈·윤재옥·정종섭·정태옥·조원진·추경호 의원이 참석했다.

최 의원은 “밥만 먹는 자리”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당내에선 그가 당권(전당대회)을 겨냥한 세 결집 정치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무성하다. 최 의원은 전날에는 경북 지역 초선 의원 6명(김석기·김정재·백승주·이만희·장석춘·최교일)과도 점심을 함께했다.

최 의원 측은 “앞으로도 여러 의원과 식사하는 자리가 줄줄이 약속돼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한 3선 의원은 “최 의원이 최근 보좌진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진용 갖추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도 말했다.

당내에선 최 의원을 중심으로 모인 친박이 7~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한 뒤 탈당한 유승민(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은 “유 의원 복당 문제는 전당대회 후 논의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한 중진 의원은 “일부 친박 의원 사이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5윌 25~30일)으로 ‘충청+TK’ 재집권 구상이 부각된 상황에서 최 의원이 당 대표가 돼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을 지원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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