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추잡·부정직한 기자들” 막말…미 언론클럽 “여기가 북한이냐”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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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언론과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하한 데 대해 언론인들이 반격에 나섰다.

“언론의 자유 존중하라” 성명

1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언론인클럽(NPC)의 토머스 버 회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언론의 자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무작정 반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에 나선 후보가 언론이 자신의 일을 한다고 공격한다면 그는 엉뚱한 나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08년 설립된 NPC는 전·현직 기자들과 정부 공보 담당자 등 3500여 명이 가입돼 있으며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역대 대통령이 당선 이후 방문하는 단체다.

CNN방송 앵커 데이나 배시는 기자들이 전날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재향군인 후원행사 모금액 사용 내역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일을 언급하며 “지도자들에게 질문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이는 자유 언론의 근본적인 요건이자 책임”이라고 옹호했다. 배시는 “우리가 북한이나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라며 “우리도 트럼프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만하지만 그는 질문을 받을 준비가 된 인물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기자들을 욕하거나 조롱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도 모금액 사용 내역에 관해 기자들이 캐묻자 “추잡하다. 부정직한 언론”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이전에도 기자들에게 ‘패배자’ ‘쓰레기’ ‘3류’와 같은 단어를 쓰며 비하했다.

한편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가 매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도럴 골프장에서 열었던 ‘월드골프챔피언(WGC) 캐딜락 시리즈 챔피언십’이 내년부터는 멕시코로 옮겨서 개최된다. AP통신은 “캐딜락 측이 후원을 종료하며 새 스폰서를 물색했지만 골프장을 소유한 트럼프가 멕시코인과 무슬림에게 막말을 쏟아내면서 후원자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는 일자리를 멕시코에 넘긴 것과 비슷하다. 이것이 내가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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