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잃은 동심에 소리로 빛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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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동화녹음도서 제작이 한창인 대한적십자사 1층 스튜디오. 반평이 채 될까말까한 좁은 스튜디오 안은 바람한점 들어올리 없는데다 조명까지 내리쬐어 문자 그대로 한증막 상태.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도깨비가 길을 내려왔어요. 물방앗간 옆 으슥한 성황당을 돌아갈때였지요…』
기술요원으로부터 「큐」를 받은 조춘빈씨는 흘러내리는 땀방울에도 아랑곳 없이 손짓·몸짓까지 해가며 『납작코 도깨비』를 구연하기에 여념이 없다.
대한적십자사가 색동어머니회의 도움을 받아 동화녹음도서제작에 착수한 것은 지난 6월초. 성인 시각장애자 회원을 대상으로 검역도서를 제작, 대출하는 일을 해왔던 적십자사는 전국 12만 시각장애자중 18.5%를 차지하는 아동·청소년층의 시각장애자를 위한 복지프로그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데 착안, 그 첫사업으로 동화녹음도서를 제작키로 한 것.
동화 선정및 구연은 색동회 주최 동화구연대회 입상자들로 구성된 색동어머니회(회장 박윤자)가 맡아 주마다 2명의 회원이 1조가 되어 녹음을 담당키로 했다.
1시간짜리 카세트 테이프 기준으로 보통 1개에 4∼5종의 동화가 실릴 예정.
우선 1차로 8월말까지 10종의 녹음도서를 완성, 1종에 3∼5개를 복사하여 9월초부터 직접 활용에 들어갈 계획.
회원 여부에 관계없이 시각장애아동이면 누구나 무료로 대출해주며 맹아학교나 각 맹인사회복지시설등에도 요청이 있으면 무료로 기증할 생각이다. 맹인이 아닌 경우에도 법원에 입원중인 어린이환자에게는 대출해준다.
녹음에 참가한 한기숙씨는 『시각장애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청각이 더 예민하므로 조그마한 잡음이라도 들어가지 않게 세심한 신경을 써야한다』고 어려움을 토로.
대한적십자사 유승속 간사는『어린이 장애자일수록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워 시판되는 동화녹음도서들을 구입할수 없는 선천성실명아동들에게 꿈을 심어줄수있는 작은 선물이 될수 있을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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