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 시신훼손한 아빠 징역 30년, 엄마 20년 선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등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집 냉장고에 유기한 이른바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의 부모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최모(33)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한모(33)씨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보단 형량이 줄었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한씨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아들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몇 년간 방치했다"며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한씨에게는 "직접적인 학대는 없었지만 남편의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고 시신을 함께 훼손하는 등 중형을 받아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심공판 당시 최씨와 한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방에 누워 있을 때 간호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금방 나을 것으로 생각해 치료를 받지 않게 한 것이지 죽어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학대로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한 피해자의 부모로서 적절한 치료 등을 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작위에 의한 사망 결과 발생과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며 살인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하게 했다"며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언론보도를 통해 연이은 아동학대 범죄를 접한 다수의 일반 국민도 공분하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뒤늦게나마 이뤄진 장기결석 아동 조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밝혀질 수 없었을 것이고 피해자는 계속 차가운 냉동실 안에 방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고 다시는 이런 참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짙은 녹색,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선 최씨와 한씨는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판결이 끝나자 방청석의 시민들은 최씨 부부를 향해 "지옥에나 가라" 는 등의 욕설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재판부에 "아동 학대 재판에서 엄벌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최씨는 2012년 10월 말 부천에 있던 집 욕실에서 당시 16㎏가량인 아들(사망 당시 7세)을 실신할 정도로 때려 며칠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는 학대로 쇠약해진 아들을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11월 3일 아들이 숨지자 시신 처리를 고민하던 중 흉기와 둔기 등을 구입해 시신을 훼손하고 집 냉장고와 공중화장실 등에 유기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