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문화 없는 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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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휴가시즌이 피크를 이루고 있다.
휴식과 여가는 열심히 일을 한사람들에게 소중한 한 때이며 그것을 즐겁게 보낸다는 것은 더 없는 보람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름휴가철에 생각해야하는 것은 휴가문화의 정착이란 과제다.
근대화· 산업화와 더불어 여름바캉스 풍조가 일반화한 것이 거의 30여 년이 되었으나 그에 수반해야할 휴가윤리와 놀이장 관리기술면에서 아직 많은 문제점들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쉼과 즐김의 현장에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휴가에 나온 사람들이 공공사회의 시민다운 윤리의식과 행위면에서 아직 많은 부족함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 단적인 한 예로서 휴가인파가 몰리는 장소인·전국의 산야나 해수욕장이 거의 예외 없이 쓰레기로 오염되고있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국립공원 지리산은 등산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계곡 곳곳이 더럽혀지고 고산지대의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바람에 연중 공해를 풍기고 있다고 한다.
이는 등산인파가 기본적으로 많다는 사실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이들이 등산로와 계곡 등 아무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의식과 행태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아름다운 산천, 깨끗한 환경에 자리를 잡고 자연을 즐기겠다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으나 등산객이 먹고 마시고 남기는 쓰레기를 자신이 깨끗이 처리한다는 기본정신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음료수병·비닐봉지·수박껍질등을 마구 버려놓고 산을 내려가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볼 것인가를 생각해야겠다.
심한 경우엔 음료수병을 깨서 계곡에 던져두고 날카로운 깡통을 나무아래 숨기는 바람에 멋모르고 자연을 즐기려던 사람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타인에 대한 가해행위이겠으나 쓰레기방치란 행태 자체가 근본적으로 모든 이웃이 함께 즐겨야할 자연을 오손하는 범행이 되는 것이다. 자연자체가 생존을 영위해야한다는 인간과 자연공생의 윤리에 역행하는 처사임은 더 말할게 없다.
해수욕장의 부결문제도 그와 다를바 없다.
이는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휴가윤리인식의 재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휴가인들의 생활규범과 절제를 생활화할수 있는 휴가관리기술이다.
우선 산이나 해수욕장에는 충분한 쓰레기장과 화장실·취사장설비가 있어야겠다. 그 시설의 바른 이용방식을 유도해가는 노력과 시설관리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정된 쓰레기장이 있더라도 그곳의 쓰레기를 제때에 치우지 않으면 그곳 자체가 오염의 원인이 되고 그게 산과 해수욕장 전체를 더럽게 하는 근거가 된다는 걸 알아야겠다.
국립공원이 비싼 입장료를 받으면서 적절한 시설과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다.
공원관리인들이 입장료만 받을 것이 아니라 등산객의 취사용구를 아예 산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일면에는 음료수·음식제조업자들이 공해요인을 만드는 자의 책임윤리를 통감하고 용기수거에 보상제를 두는 등의 노력도 있어야겠다.
사회는 성원의 공동노력으로 정화되는 것임을 자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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