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10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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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3년도 한국의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천10달러로 세계 40위를 기록했다. 82년도의 1천9백10달러(43위)에 비해 국민 한사람당 1백달러의 소득이 는 셈이다.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는 1인당 GNP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방으로 2만2천8백70달러, 가장 낮은 나라는 이디오피아의 1백20달러를 꼽고 있다. 물경 1백90배의 차이다.
미국(1만4천1백10달러)을 비롯한 유럽 산업시장경제권의 1인당 평균 GNP가 1만1천60달러인데 비해 중동의 산유국이 평균 1만2천3백70달러로 상위에 랭크된 것은 국민총생산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석유총생산」이라고해야 옳을 것이다.
일본은 1만1백20달러(14위)로 1만달러대의 마지막을 차지했고, 한국은 2천달러대를 간신히 턱걸이했다. 한국위로는 아르헨티나가 2천70달러로 39위, 파나마가 2천1백20달러로 38위, 그리고 밑으로는 브라질이 1천8백80달러로 41위, 칠레가 1천8백70달러로 42위, 말레이지아가 1천8백60달러로 43위, 중공은 3백달러로 87위다.
어쨌든 국제적 통계에서도 우리는 이미 중위권인 2천달러에 살고 있는 것이다. 2천달러대에 들어서면 국민의 생활이 여러모로 달라진다. 우선 전에 못보던 고급상품들이 새로 등장하여 소비 패턴에 변화를 준다.
작년도 한은의 3·4분기 GNP 동향 분석을 보면 그 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할 수 있는 곳이 「집안살림」이다. 가전제품, 가구, 식료품, 가계잡비 등의 고급화로 주부들의 피부에 와 닿는 부문이다. 그 다음에는 식구들의 옷이 다소 사치해진다. 남자들이 밖에서 즐기는 술, 담배 등 기호품의 고급화는 맨 마지막에 나타나다.
그뿐 아니라 2천달러대는 고도성외의 분수령이라고 한다. 일본이 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룩한 것도 71년 2천달러의 고지에 올라서고부터다. 또 사회적으로는 공해와 임금 격차, 노인 복지, 건강, 지적 활동, 여가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그러나 GNP가 아무리 높더라도 그 분배상태가 고르지 못하면 전체국민의 복지향상과는 관계가 없다. 아랍에미리트연방이 세계 1위라고하지만 국민의 생활 수준이 그리 높지않은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GWP(국민복지생산)를 경제생활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1인당 GNP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힘들게 벌어 해외에 누출시키는 소득이 점점 많아져 걱정이다. 최근 수년간 1인당 GNP와 GDP(국내총생산)의 격차가 38달러에서 50달러선에 이르고 있다. 말하자면 벌어들인 것보다 내보내는 게 더 많은 것이다. 세은 보고서에 마음 놓지말고 근면과 절약으로 고삐를 더 바짝 당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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