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미수에 사회 격리 9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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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고인 김재용, 징역2년·보호감호7년』
판사의 선고가 떨어졌다. 피고인 석에서 고개를 빼어들었던 6순 노인은 순간 넋이 나간 듯 입을 반 쫌 벌린 채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횐 머리에 검버섯이 피어난 얼굴, 축 늘어진 어깨가 방청객들의 마음까지 짓눌렀다.
『아니, 아무것도 홈치지 않았는데 9년을 산단 말입니까…』
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노인은 누구에게 라고 도 할 것 없는 넋두리를 중얼거리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안았다.
서울형사지법114호 법정. 절도미수 혐의로 구속된 김재용씨(60)가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5월7일 하오5시쯤 서울 후암동 제모씨 집의 열린 대문을 통해 들어가 안방을 기웃거리다 잡혔다.
물건을 훔치지도 않았고, 김씨는『그 집이 고향사람이 산다고 해「여보세요」라고 사람을 찾으면서 들어갔지, 도둑질하러 몰래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했지만 절도죄로 11번이나 감방을 드나들었고 가족도 없는 홀홀 단신이라는 떠돌이 신세가 절도미수의 혐의를 떨쳐내지 못했다.
재판부는 법관의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보호법의규정을 자구대로 적용, 김씨에게 통산 9년의 사회 격리를 선고한 것이다.
어쩌면 파출소에서 야단이나 맞고 끝났을 하찮은 혐의사실이「상습성」이란 한가지 이유 때문에 6순 노인의 남은 인생을 차압하고 만 법정.
노인도, 방청객도, 재판부까지도 뭔가 답답함을 못 견디는 듯 연신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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