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운영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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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많은 서울시민들은 지하철3, 4호선이 완전 개통되면 값싸고 쾌적하고 편리한 교통 환경이 이뤄질 것을 기대해왔다.
출퇴근길의 교통지옥에서 풀려나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며 단시간에 목적지에 갈 수 있을 것을 믿으며 그동안의 온갖 불편을 감수해왔다.
그러나 정작 3, 4호선의 개통을 눈앞에 두고 실망을 안겨주는 조치가 내려졌다. 요금의 인상조정조치가 그것이다.
지하철공채를 10년간 연장해 강제 소화하는 관계법의 개정계획은 그렇다 하더라도 개통과 함께 택시요금의 시간·거리병산제가 실시되고 지하철 요금 인상과 함께 버스요금마저 덩달아 오르게될 공산이 커짐으로써 시민들에게는 불이익만 안겨주는 꼴이 되었다.
서울시는 요금인상 이유로 막대한 건설투자자금으로 걸머진 빚을 갚을 길이 없고 지하철 표를 전산 발매하는 역무자동화에 맞추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2조원이 넘는 대역사를 치르면서 외국처럼 국고보조도 제대로 받지 못해 빈약한 재정으로 허덕이고 있는 딱한 실정을 모르는바 아니다. 2조원 남짓한 연간예산으로 다리도 놓고 도로도 확장해야하는 터에 지하철건설 투자비의 원리금까지 상환해야할 벅찬 고충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공적 성격을 지닌 공공요금의 인상문제는 공개적으로 다뤄져야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어려운 사정을 시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지하철의 운영실태를 낱낱이 공개해 요금인상이외는 다른 방도가 없는가를 먼저 논의한 다음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
그동안의 운영상태는 밝히지 않은채 12%의 요금인상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처사는 누가 보더라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지하철 운영에 개선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역무 자동화로 막대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운행효율의 극대화로 지하철 요금 수입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지하철 1호선의 승객 승차율은 65%, 2호선은 50%밖에 안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건설한 지하철이 빈차로 돌아다니는 것은 재화의 낭비다.
지하철 승객 유치노력에는 소극적인채 적자부분을 요금인상만으로 메우려하는 운영방식은 운영기술로 보아 성의가 결여되어 있다고 보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버스노선을 대폭 조정해 지하철역과 연결해줌으로써 버스승객을 지하철로 몽땅 흡수하고 , 버스표 1장으로 지하철을 바꿔 탈수 있는 요금체계와 같은 아이디어도 시도해 보아야한다.
지하철역부근에 주차시설을 해 외국처럼 자가용 승객들이 차를 세워두고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지하철 3, 4호선 개통 전에 대폭 조정하겠다던 버스노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요금인상부터 서둘러 발표한 것은 시민들의 기대를 한층 꺾어놓은 처사다.
지하철 요금만 오르고 버스요금은 그대로 둔다면 지하철이용객이 더욱 줄 것이라는 예상아래 멀쩡한 버스요금까지 덩달아 인상하리라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버스요금의 인상이 인상요인의 발생으로 불가피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납득할 시민이 있겠는가.
지하철 만실등 운영의 합리화부터 서둘러 주길 당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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