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대회 취재갔는데 전선공장 견학… 외신기자들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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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행사장 밖에서 취재중인 외신기자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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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조선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100여명 외신기자들의 대회장 내부 취재를 제한하고, 노동당 대회와 관련이 없는 엉뚱한 장소를 취재할 것을 종용해 취재진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 조선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4·25문화궁전을 찾은 영국 BBC, 미국 CNN등 외신기자들은 행사장 내부 통제는 물론 건물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취재를 하도록 북한 당국에 의해 통제를 받았다.

일부 기자들이 "취재도 못 하게 할 거면 왜 불렀냐"며 반발하자 북한 당국은 노동당 대회와 관련이 없는 3·26전선공장 시찰을 제안했다. 소수의 기자들은 이 제안을 수용해 공장 시찰을 가기도 했고, 다른 기자들은 행사장인 4·25문화궁전 앞 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일부 외신기자들은 지나가는 평양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른 체재 찬양 일색의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마저도 감시원의 제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 BBC 기자는 “북한 감시원들이 화장실에 갈 때에도 따라 붙어 행동을 제한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CBS 기자는 “개막식 때 정장을 입고 출입해야 한다고 했던 북한 감시원들이 행사 당일 취재가 불허된 데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몇몇 기자들은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농락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의 취재 제한은 이튿날인 7일에도 계속됐다. 일본 교토통신은 "외신기자들이 7일, 북한 유일의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과, 조선노동당 창건 50년에 맞춰 1995년에 건설된 기념탑(주체사상탑)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직접 취재를 하지 못한 외신기자들은 당대회를 독점 취재를 하는 북한 매체를 통해 제공받은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6일과 7일 당 사업을 결산하는 '사업총화'를 통해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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