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일 “15개월동안 정말 파란만장했고 다사다난했다”며 원내대표 임기는 마치는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7월 14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합의추대 된 원 원내대표는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당청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엄중한 상황에서 원내대표란 중책을 맡아 당청은 운명공동체란 신념으로 당청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회고했다.
당시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 후폭풍으로 사퇴했고,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였던 원 원내대표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부족한 저를 합의추대 해줬다. 심적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4ㆍ13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대행까지 떠맡았다. 그에게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기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황영철 의원 등 당내 쇄신파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계파 문제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계파갈등과 파벌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고 정권재창출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 역시 ‘신박(新朴)’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데 대해선 “새누리당이란 뿌리 속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나온거니 당청관계만큼은 운명공동체란 차원에서 그렇게 부르신다면 수용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선출되면 그는 19대 국회 남은 임기 동안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지금은 쉬고 싶다”고만 답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 파란만장했다고 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뭔가.
-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요? 하아...(잠시 생각에 잠김) 가장 마음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정책위의장에서 원내대표로 부족한 저를 합의추대 해줬던 순간들이다. 심적 고통이 컸다.
또 공천 과정, 막바지에 정말 심각한 갈등 속에서 어떻게든 봉합시키려고 하는 저의 힘든 노력, 이런것들이 사실 순간순간 수포로 돌아가고 성과를 못낼 때가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그 두 지점이 굉장히 좀 어려웠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일들이야 힘들면서도 극복이 됐는데 그 두 지점에서는 굉장히 좀 제가 인간적으로 심적으로 고통이 심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 향후 거취는.
- “정치권이 국가 비전을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친박 비박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누가 더 큰 희망을 주느냐, 좋은 비전과 정책을 주느냐를 가지고 경쟁하는 그런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소망을 갖고 있고, 그럴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
‘정치인들 제발 싸우지말고 국민들 좀 잘 살게 해 줄 수 없냐’는 한 50대 아주머니의 말씀을 화두로 삼아서 더 반성하고 고민하고 성찰하겠다. 제로베이스에서 이런 것들이 정리된 후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심하도록 하겠다.”
- 전당대회(당 대표 선출 경선)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나.
- “지금은 아까 말씀드린 게 전부다. 쉬고 싶다.”
- 전날 대통령의 이란 출국을 배웅했는데 원내대표 임기 마치는데 대한 언급 없었나.
- “저의 임기인 내일까지 잘 맡아달라, 당을 잘 추스러달라는 말씀이 있었고, 저도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의례적인 인사였다.”
- 야당 파트너에 대한 평가는.
- “하하,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굉장히 인간적인 분임은 틀림없다. 좋은 분인데 협상파트너로선 아주 제가 힘들었다. 한ㆍ중FTA 비준안 처리 협상을 할 때는 이 원내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한 식당에서 밥까지 시켜놓고 기다린 적도 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할 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 원내대표의 집념은 정말 대단했다.”(당시 이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으로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세웠다.)
- 20대 국회 여야 원내지도부에 조언을 한다면.
-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보다 더많은 소통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회가 될 것 같고, 상대방을 인정해주면서 공존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열어가지않으면 국회 생산성은 거의 제로가 될 것 같다. 국민이 명령해준 3당체제에서 어떻게하면 국민들의 뜻을 받들까라는 것을 중심에 놓고 새로 출범하는 3당 원내지도부께서 협상해나간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