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계획없이 「원칙」만 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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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지의 표정|채점한다면 "10점만점 5점"|보호무역·제3세계 외채등 대책 미흡>
『10점 만점으로 해서 이번 경제정상회담은 5점쯤 될까요.』
『노교수에게 유도질문을 하는 것 같은데 그 질문은 그냥 넘겨 버립시다.』
7개국 경제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슐츠」미국무장관과 미국기자사이에 오간 이 문답 한토막은 질문하는 쪽이나 대답하는 쪽이나 회담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함축성 있게 시사해 주고 있다.
공동성명 내용에는 무역장벽의 제거, 경제적 불균형의 시정, 국제통화제도의 안정등에 노력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모든 보도매체들은 한결같이 무역제한을 조속히 완화하고 보호주의정책을 포기하기 위한 「최종합의」에 실패했다고 전하고 있다.
훌륭한 아이디어와 세계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선의는 두루 표현돼 있으나 어떻게 이를 실현시키겠다는 방법은 제시돼 있지 않다.
게다가 최근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각국에서의 자국산업보호정책-주로 선진공업국들간의 무역마찰에 따른 보호주의-추세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의제로 거론된 새로운 GATT 라운드 소집일자를 확정하지 못한데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설사 새로운 GATT회의소집 날짜를 86년도초로 대부분 국가들 희망대로 확정한다해서 현재의 무역마찰이 단시일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앞으로 선진공업국의 무역정책에 보호주의 성향을 강화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3세계국가의 경제문제를 걱정하고 국제분업을 촉진해 복지를 함께 누리기를 희망한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회의의 본질은 이들 개발도상국가들의 이익을 찾아주는데 보다는 경제부국들의 현실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 있었다.
이밖에도 주요 문제로 국제통화문제가 논의됐으나 현재의 통화제도를 개편해야 된다는 프랑스의 주장은 호응 받지 못했다. 너무 기복이 심한 환율변동이 국제통화를 불안하게 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조치를 마련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각국 나름대로 자국의 사정에 따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제3세계의 외채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의 런던회담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결해야한다는 구체적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채무국과 채권은행간의 쌍무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종래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제문제들이 논의되기는 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어떤 것인지 지적할 수는 있었고 또 그런 문제를 여러나라가 협력해서 해결한다는 원칙은 확인했지만 각국의 엇갈린 이해때문에 공동조치는 마련하지 못했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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