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 회장, 아이아코카 회장과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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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성 이병철 회장은 18일 방한한「아이아코카」미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장과 삼성 본관 회장실에서 이날 하오 1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오찬을 들면서 환담을 나눴다.
이 회장은『자서전은 잘 보았으며 명성이 큰 분을 만나 반갑다』고 인사했고「아이아코카」회장은『이 회장 명성은 많이 들었으며 단기간 내에 여러 사업을 일으켜 이끌어 가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반도체의 경우 미국은 생산원가가 24% 싼 이유 때문에 일본에 공장을 많이 짓는데 우리는 30%나 싸다』『미 코닝사나 GE(제너럴·일렉트릭)사도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옮기려한다』며『한국에 자동차 기지를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아이아코카」화장은『작년에 크라이슬러사가 외부에서 80억 달러 어치의 부품을 구입했는데 앞으로는 삼성과 파트너 관계를 맺어 상당 부분을 수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출마는 안 한다>
이 회장은 화제를 바꾸어「아이아코카」회장이 다음 대통령선거에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지적,『출마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아코카」회장은『나는 기업인이기 때문에 정치에 생각이 없다』고 대답하고『그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미국에서는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어도 좋다는 여론이다』『그렇지만 나는 성격이 강하고 직설적이기 때문에 남과 다를 수가 있다』는 등 출마를 가정한 때의 일반상황 등을 부연.
이 회장이 난관에 처한 크라이슬러사를 회생시킨 경영목표달성을 치하하고 기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아이아코카」회장은『처음 취임해보니 사람도 많고 부실한 공장도 많아 종업원을 4만명 휴업시키고 21개 공장을 폐쇄했다』면서『그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종업원에게 임금을 제때 준다는 것, 종업원에게 신용을 지킨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 자리에는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건희 삼성 부회장·정재은 삼성전자 사장·경주현 삼성중공업 사장과, 크라이슬러 측에서「그린월드」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과의 오찬이 끝난 후「아이아코카」회장은 하오 3시 5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삼성전자 수원공장·삼성용인종합연수원을 차례로 방문, 삼성을 깊이 파악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인 근성 배우겠다>
기흥 공장의 제1, 2라인을 돌아본「아이아코카」회장은 안내를 맡은 성평건 전무가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6개월에 한 개씩 세웠다고 소개하자 무척 놀라는 표정으로 수행한「그린월드」부회장에게『삼성의 저력과 한국인의 저돌적인 근성을 배워가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아이아코카」회장이 삼성전자 수원 공장에 들렀을 때는『어쩌면 이렇게 큰 규모의 공장을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관리하느냐』고 말하면서 관심을 쏟기도 했다.
하오 5시 50분께 매우 지친 표정으로 용인에 도착한「아이아코카」회장은 경주현 삼성 중공업 사장으로부터 연수원에 관한 브리핑을 받자 생기를 되찾으면서『어서 빨리 보자』며 외국어 생활관 컴퓨터실 신입사원 교육장과 현재 파키스탄 연수생들이 교육을 받고있는 방들을 둘러봤다.

<인재양성 중시 훌륭해>
특히「아이아코카」회장은『내가 자서전에서 말한 피플(인재)등「3P정신」과「삼성정신」과는 어떤 점이 일치하느냐』고 묻고『과연 인재양성 중시는 내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
또 교육장에서 VE 기법(밸류 엔지니어링, 경영업무개선)에 관한 교육이 실시되는 것을 보고는『나도 산업공학을 전공해 참 감명이 깊다』고 놀라움을 표시하고 신입사원 교육장에서 마침 6명의 한 팀이 한 회사를 경영해나가는 모의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참 놀랍다』고 논평하고 수행원에게『교육내용을 일일이 기록하라』고 지시.

<연수원서 많은 것 느껴>
하오 6시 40분께 순시가 끝난 후 용인에서 만찬을 함께 하면서 이병철 회장이『모두 둘러본 느낌이 어떠냐』고 문자「아이아코카」회장은『연수원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느꼈다. 이 회장께서 많은 것을 하신다는 것을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아이아코카」회장은『앞으로 자서전을 보완할 때 한장을 더 쓸 수 있는 내용을 짧은 시간에 얻었다』고 말하며 기쁜 표정이었다. 「아이아코카」회장은 19일 하오 프레스센터에서 정식 합동기자회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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