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마을 기록한 사진, 필름 만 1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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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목 작가. [사진 권영목]

“오토바이를 타고 수몰 예정인 산골에 다니며 숱하게 셔터를 눌렀습니다. 타이어가 펑크 나 돌아올 때는 오토바이를 끌고 나온 적도 있어요.” 

권영목씨, 물포럼센터서 사진전
안동댐 등에 잠긴 마을 풍경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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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 상류인 예안향교와 주변 마을의 1975년 수몰 전 모습. [사진 권영목]

안동댐이 들어서기 전 물에 잠길 마을을 사진으로 남긴 권영목(61·경북 안동시 엄달골) 작가의 회고다. 안동댐 수몰지역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한 것은 1972년 무렵. 그때만 해도 노인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사래를 쳤다. 사진이 찍히면 영혼이 날아간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마을 전체 사진을 찍을 때는 산으로 올라가 가장 키 큰 소나무에 기어올라 밧줄을 동여맨 뒤 작업했다. 항공사진처럼 보이는 안동댐 수몰 마을 풍경은 대부분 이렇게 남겨졌다. 그 뒤 임하댐·성덕댐·영주댐이 건설될 때도 다시 수몰 지역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 최근에는 경북도청이 들어서기 전 마을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가 다큐멘터리 사진에 입문한 것은 대구의 한 사진작가가 자신의 집을 전형적인 농가로 찍은 게 인연이 됐다. 그가 사진에 관심을 보이자 그 작가는 “현재 모습을 그대로 찍어 두면 언젠가는 빛 볼 날이 온다”며 다큐멘터리의 가치를 일러주었다.

7남매 맏이로 어렵게 생계를 이은 권 작가는 펜탁스 카메라를 장만해 그때부터 틈만 나면 안동댐 수몰 현장부터 기록했다.

그의 작업실이 궁금했다. 안동댐 옆 작가의 집에는 필름 보관창고와 전시용 사진 보관실이 있었다. 2층에는 40년에 걸쳐 찍은 사진 자료를 정리하는 방도 있었다. 필름만 1t이 넘고 인화한 사진은 1만장이 넘는다. 관리가 부실해 못 쓰게 된 것과 두 차례 이사하면서 버린 자료를 제외하고도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안동댐 준공 40주년을 맞아 18일까지 안동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권 작가의 사진전을 열고 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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