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가고 싶은 학교 1~3위 모두 자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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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외국어고 선호도가 10년 새 뚝 떨어진 반면 자율형사립고 선호도는 같은 기간 두 배로 치솟았다.

용인외대부고·하나고·상산고 순
이과 없는 외고 선호 10년새 반토막
상위 10위에 외고는 대원외고뿐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고입 설명회 예약자 6만9840명을 대상으로 고교 유형별 선호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학생·학부모에게 외고·국제고·과학고·영재학교·자사고 중 어느 유형을 가장 선호하느냐고 물은 결과다. 2006년 응답자 40.3%가 가장 선호하는 유형으로 외고를 꼽았는데 2016년에는 19.1%로 줄었다. 국제고를 꼽은 응답자도 같은 기간 19.7%에서 5.6%로 감소했다. 자사고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2006년 24.8%에서 2016년 50.2%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과학고는 8.2%에서 13.2%로, 영재학교는 6.9%에서 11.9%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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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의 인기 하락은 선호하는 개별 학교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학생·학부모에게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한 곳만 꼽게 했더니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위는 대원외고(서울 광진구)였다. 대원외고는 2012년부터 용인외대부고(경기도 용인시)에 1위를 내주고 2위가 되더니 2015~2016년에는 4위로 떨어졌다. 올해 조사에서 선호도 1~3위 학교는 용인외대부고·하나고(서울 은평구)·상산고(전북 전주시)로 모두 자사고였다. 2006년 선호도 상위 10위에 외고가 세 곳이었지만 올해는 단 한 곳만 포함됐다.

이런 선호도 변화는 이과 선호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 업체는 분석했다. 외고·국제고는 이과 교육과정 편성이 억제돼 있는 반면 자사고는 이러한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과 위주로 운영하는 자사고나 과학고의 인기가 높아졌다. 외고는 이과가 없는 데다가 수능과 직결된 국어·수학 수업 비중이 자사고보다 대체로 낮고 제2외국어 수업 비중이 높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0년부터 외고에 영어 내신만으로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한 것도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고는 영어 내신 성적이 만점(1등급)이 아니면 사실상 합격이 불가능한 반면 자사고는 여러 과목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과목을 실수하더라도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다. 임 대표는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돼 영어 변별력이 낮아지면 외국어 위주로 수업하는 외고·국제고의 인기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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