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도로문재인당 우려" "도움되면 언제든 호남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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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운데)가 휴일인 3일 서울·수도권 집중 유세에 나섰다. 김 대표가 이날 서울 방화근린공원에서 진성준 후보(서울 강서을·오른쪽)와 함께 가발을 쓴 채 유세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관계가 심상찮다. 선거전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놓고 공개적으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선거 결과에는 공동운명체인 두 사람이 선거 전략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이다.

김, 사실상 문재인 유세중단 요구
"호남서 문재인 지원 요청하겠나"
문 측 "김 대표 왜 그런 얘길 하나
수도권 지원한 뒤 호남 일정 검토"

김 대표가 먼저 비상 대책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3일 문 전 대표에게 사실상 지원 유세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광주 출마자 중 요청할 사람이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날 광주광역시 지원 유세를 했다. 그는 ‘호남에서 반감이 일까 우려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광주에 가서 분위기를 봤으면 나한테 안 물어봐도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수도권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데 대해 “본인이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한지 판단해야 한다”며 “선거는 전체가 같이 치르는 게 아니고 끌고 가는 주체가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단독 선대위원장을 맡은 게 배가 산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해서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해왔던 김 대표가 적극적인 만류 기류로 돌아선 건 지난 1~2일 호남 지역 유세 때문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3일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에서 전문가가 빠지고 ‘친문(재인) 인사’가 공천된 중앙위원회의 이후 호남 민심이 다시 안 좋아졌다”며 “그런 상황에 문 전 대표가 수도권을 돌며 언론의 주목을 받으니 호남에서 ‘도로 문재인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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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변인은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호남에 한 번도 안 가고 ‘표를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가기는 가야 할 텐데 언제 갈지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대표는 3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돌아다닐수록 호남 여론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전국의 호남 출신 유권자가 850만 명인데 그 도움이 없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그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성동을 이지수 후보 지지 유세 후 기자들에게 “내가 호남 지원 유세를 다니면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은 호남 민심이 아닐 것”이라며 “호남 후보들의 요청이 있고 내가 도움이 되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왜 그런 얘길 했는지 모르겠다. 수도권 등 접전지부터 지원한 뒤 호남 일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선 불출마해야”

광주 북갑에 출마한 더민주 정준호 후보는 이날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민주당(더민주) 뿌리를 흔들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대통령 출마 포기 선언이 필요하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광주 5·18민주묘역에서 민주광장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본인의 선거용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일축했다. ‘원외 친노’로 분류되는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광주의 조경태’ 출현”이라고 적었다.

강태화 기자, 제주=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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