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거함에서 옷 꺼내 입은 몽골 유학생, 처벌 수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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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다 적발된 몽골 유학생들의 처벌 수위를 놓고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해당 학생들은 '버리는 옷인 줄 알았다'고 하지만 수거 업자가 설치한 의류 수거함이고 2인 이상의 범죄여서 특수절도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17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A(31) 등 몽골 유학생 3명은 지난 1월 31일 오전 2시45분쯤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의 한 의류수거함에서 바지 3벌과 목도리 1개를 꺼내다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이 2명 이상인데다 수거 업자가 설치한 의류 수거함에서 옷을 꺼낸 만큼 특수 절도 혐의로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 2인 이상 다수가 절도 범죄를 저지르면 특수 절도죄가 적용된다.

한국에 온 지 3개월 된 이들은 이날 잠시 밖에 나왔다가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의류 수거함에서 옷을 꺼낸 것으로 확인됐다.

A 등은 "의류 수거함 앞에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버리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의류 수거함 속의 옷을 가져가는 것이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도 A 등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은 가난한 대학생이라는 점에 주목해 이들이 범죄인 줄 모르고 의류수거함을 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정상 참작 여지가 있는 가벼운 범죄자의 처벌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들에게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수절도의 경우 징역형 조항만 있을 뿐 벌금형 조항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주거지를 방문해 보니 집 안 난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등 환경이 좋지않았고 이웃 주민들도 이들이 성실한 유학생이라고 말하며 선처를 요구했다"며 "범죄 의사가 없었던 만큼 이들을 '혐의없음'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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