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억만장자 74%가 ‘금수저’…세습 부자 세계 5번째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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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억만장자 가운데 상속으로 부를 일군 사람이 74%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1996∼2015년 20년간의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을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부자 가운데 상속자의 비율은 한국이 2014년 기준 74.1%였다. 이는 세계 평균(30.4%)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같은 ‘세습 부자’가 많은 나라는 한국 외에 쿠웨이트ㆍ핀란드(각 100%), 덴마크(83.3%), 아랍에미리트(75%) 등 4개국뿐이었다.

PIIE는 한국에서 세습 부자가 대부분이고 창업 부자가 적은 것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와 자본시장 미성숙,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과 반대로 주요 경제국 중 세습 부자 비율이 2%로 가장 낮았다. 일본은 18.5%, 미국은 28.9%였다. 유럽(25개국) 평균은 35.8%로 나타났다. 유럽 가운데 스위스(72.7%), 독일(64.7%) 등에서 상속부자가 많았고, 러시아는 0%였다.

아시아에선 세습 부자 비율이 싱가포르(37.5%), 인도(33.9%), 홍콩(33.3%), 대만(17.9%), 인도네시아(10.5%) 순이었다.

한국에서 세습 부자가 아닌 자수성가 부자는 25.9%였다. 자수성가 부자는 창업자가 18.5%를 차지했고 기업 오너 및 중역(3.7%), 금융 종사자(3.7%)이 나란히 뒤를 이었다.

PIIE는 신흥국과 선진국을 통틀어 자수성가 부자의 비중이 늘고 상속 부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수성가 부자는 1996년 44.7%였지만 2001년 IT 붐에 힘입어 58.1%로 늘었으며 2014년에는 69.6%를 차지했다.

억만장자는 어느 나라에 많을까. 2014년 기준으로 전세계 억만장자 중 미국의 비중이 30.2%로 가장 높았다. 유럽이 28.4%로 2위였다. 동아시아는 21.2%였고, 중국이 9.2%를 차지했다. 일본과 한국은 1.6%로 같았다.

중국 억만장자는 2005년 2명에서 2015년 213명으로 10년 만에 10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일본은 1996년 40명에서 2015년 24명으로 40% 감소했다.

한국의 억만장자는 1996년 7명에서 2005년 3명, 2010년 11명, 2015년 3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과 IT 산업 쪽에서 부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기준 미국의 억만장자 가운데 금융 부문 종사자는 27%로 유럽(10%)보다 훨씬 많다. 미국의 금융산업 안에서는 헤지펀드가 특히 막대한 부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헤지펀드 억만장자의 80%가 미국인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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