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목사가 본 노자 도덕경 “하나님의 사랑이 무위자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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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도인’으로 불리었던 현재(鉉齋) 김흥호(1919~2012) 목사가 이화여대 대학교회 연경반에서 2004~2006년에 했던 ‘노자 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애제자들이 정성을 쏟아 정리한 『노자·노자익 강해(5~8권)』(사색, 각 권 1만2000원)다. 이로써 전체 8권이 완간됐다.

생전에 김 목사는 “동양의 고전 중에서 기독교와 가장 가까운 사상을 지닌 게 노자의 도덕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자 81장’의 ‘성인지도(聖人之道)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를 풀면서 ‘없이 계신 하나님’을 가리켰다. ‘성인의 도는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는데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통해 ‘스스로 계신 하나님’을 짚었다. 거기에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고 했다. 모든 만물을 살리면서 자신은 숨어버리는 사랑이라 했다. 노자의 ‘자연(自然)’이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했던 십자가의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학술적 풀이가 아니라 ‘영성의 눈’으로 본 노자이기에 책장마다 생기가 돈다. 깊은 통찰의 숨결이 흐른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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