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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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몸에 나쁜 걸 알면서 사용하려면 각오가 필요하지요. 일본 시인 요시하라 사치코의 시 한 대목처럼. "담배를 피우면 폐암을 각오하고/ 위스키를 마시면 위암을 각오하고/ 우리들에게는 많은 각오가 필요하다… 쓸쓸함을 제가끔 다른 꼴로 그리기도 하고/ 안으로 삼키기도 하는 것은/ 우리의 허약함이다…."

언제 죽든 괜찮다는 각오로 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반찬을 씹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로 인한 불행이 나로 그치지 않는 데서 문제가 생기죠. 유해한 환경, 몸에 나쁜 요소는 피로 세포로 전염되지요. 한때의 무신경.무관심이 얼마나 큰 골칫거리인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지요. 환경의식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 후배 집에 갔다가 플라스틱 그릇의 위험성 등을 얘기해줬어요. 주말에 놀러갔더니 우리 전통의 나무 밥주걱 등 자연 친화제품으로 바꿨는데, 사려 깊고 센스 있는 여성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바꿀 줄 아네요. 주방에서 그가 밥을 푸는 나무주걱이 빛나 보였습니다.

<시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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