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議員 보유 주식 '백지신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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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효석 민주당 국회의원이 본인과 부인, 자녀 이름의 주식을 모두 처분한 일은 공직에 요구되는 엄격한 도덕성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는 그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다.

공직세계의 자정(自淨)이야말로 스스로를 맑게 하는 이런 처신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의 결단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이미 한계 수위에 달했다 하나 참여연대가 지난달 국회의원들의 주식 보유문제를 제기했을 때 국민이 받은 충격은 또 한번 컸다.

경제정책을 다루는 국회상임위원회 소속 전.현직 의원 중 45.8%가 본인 또는 배우자 이름으로 주식에 손을 대왔고, 상당수 의원이 해당 상임위와 연관기업에 '주(株)테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들의 직분과 관련된 주식 보유는 일반투자자와 입장을 비교할 것도 없이 분명한 불공정 행위다. 고위 공직자라 해서 물론 단순히 주식을 갖고 있거나 거래한 사실만으로 부도덕하다고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임위 활동의 우월적 지위를 주식 투자에 활용할 여지는 넓다. 여기에 도가 지나치면 경제정책 결정에까지 입김을 미쳐 나라경제에 폐해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때문에 고위 공직자에게 '개인 차원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해명은 전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이 때문에 고위 공직자가 되면 주변을 정리하도록 이해충돌의 회피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안전장치가 없고 더구나 여야는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에서 직무의 전문성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전문성을 우선하는 관례를 취해오고 있다.

여야 의원 일부와 참여연대가 마침 공직 재직 동안에는 보유 주식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백지신탁'제도의 도입을 포함해 이해충돌 규제방안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의했으니 빨리 처리돼야 할 것이다. 또 논란이 된 공직자들은 법 개정 전이라도 먼저 깨끗한 앞가림에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