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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류 vs 다이하드…“가장 비열한 싸움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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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대승을 거둔 힐러리 클린턴(왼쪽)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활짝 웃고 있다. 이날 조지아 주 등 7곳에서 1위를 차지한 공화당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이애미·팜비치 AP=뉴시스]

“‘대형 화물선’과 ‘소말리아 해적선’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미 대선 ‘수퍼 화요일’ 본선처럼 난타전

 뉴욕타임스(NYT)는 1일 산전수전 다 겪은 ‘워싱턴 주류’인 정통파 정치인(클린턴)과 ‘분노 조장’ 연금술사인 아웃사이더(트럼프) 간 예측 불허의 대결을 이렇게 묘사했다.

 1일(현지시간) 11개 주에서 동시에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 예비경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부분의 주에서 승리함에 따라 사실상 올 11월 대선 ‘클린턴 대 트럼프’ 대회전의 막이 올랐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버몬트를 포함해 4개 주에서 승리하며 경선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을 태세이고, 공화당도 ‘반 트럼프’ 후보 단일화가 변수로 남아 있기는 하다.

다만 샌더스가 이긴 주는 백인 진보층이 많고 대의원이 적은 곳들이다. 다 합해 봐야 텍사스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클린턴을 지지하는 수퍼 대의원(당 지도부 등 비선출 당연직 대의원)이 샌더스에 비해 20배가량 많다.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오클라호마와 알래스카에서 완승을 거둬 공화당 지도부가 갈망하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

루비오는 이날 미네소타 단 한 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1984년 ‘수퍼 화요일’이 생긴 이후 32년 동안 ‘수퍼 화요일 승자’가 공화당 후보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오는 15일 ‘제2의 승부처’로 불리는 ‘미니 수퍼 화요일(4개 주 동시 경선)’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변이 없는 한 클린턴과 트럼프 양자가 본선에서 맞붙을 공산이 커졌다. 이를 간파한 듯 양 후보는 1일 밤 ‘수퍼 화요일’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상대방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클린턴은 플로리다주 연설에서 “반대편(트럼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저질일 수 없을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이 나라는 한쪽만 보는 사람, 한쪽만 숭배하는 사람, 그리고 한쪽으로만 생각하기까지 하는 사람의 나라가 아니다”고 트럼프를 꼬집었다.

민주당은 먼저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과 여성·인종 모멸 등 ‘막말 리스트’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뒤 트럼프 개인 회사의 파산 및 세금 납부 기록을 뒤진다는 전략을 세웠다.

 클린턴 캠프는 대체로 트럼프가 나오면 비교적 쉬운 게임이 될 것으로 여긴다. 흑인·히스패닉·여성 표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릴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대선 본선을 트럼프의 ‘저주와 분노’에 맞서는 ‘사랑(love)과 친절함(kindness)’을 내세울 계획이다. 클린턴은 이날 밤 연설에서 이 표현을 썼다.

 하지만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는 “트럼프만큼 유권자의 마음과 분위기를 잡는 데 천부적 소질을 갖고 있는 이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NYT는 전했다. “가장 더럽고 비열하게 바닥 끝까지 가는 싸움, 그리고 경험 많은 클린턴도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전쟁이 될 것”(NBC방송)이란 예상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코너에 몰려도 이를 교묘히 되받아치며 위기를 넘겨 온 사실을 지적하며 “그는 (본선에서도) 다이하드(die-hard, 여간해선 죽지 않는 인물)”라고 묘사했다.

 트럼프도 이날 밤 클린턴을 난타했다. 그는 “클린턴은 미국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클린턴이야말로 거기(정권 내부)에 엄청 오래 있었던 인물 아니냐. 지금까지 바로잡지 못했다면 다음 4년간도 못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또 “그녀가 한 짓(개인 e메일 서버 사용)보다 덜 나쁜 짓을 한 사람들도 훨씬 큰 대가를 치렀다”고 비난했다. 클린턴 진영의 낙관론과 달리 “‘기성 정치권(클린턴)에 대한 분노’가 ‘트럼프 파시즘에 대한 분노’보다 훨씬 크다”고 허핑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 대선을 정확히 맞히기로 유명한 두 예측기관의 예상은 엇갈렸다. 최근 9번의 대선 승자를 맞힌 ‘무디스 대선 분석 모델’은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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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요인 외에 휘발유값·주택가격·임금수준 등을 복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이 모델은 “플로리다·오하이오·버지니아 등 5개 주가 1%포인트 차로 민주당이 앞서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며 “ 경제가 11월까지 버텨 주면 클린턴이 이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1912년부터 단 한 차례(60년)만 빼고 모든 대선 승자를 맞힌 미 스토니브룩대 분석 모델은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97%라고 예측했다. 같은 당이 3기 연속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 경선 과정의 모멘텀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이 모델은 트럼프 54.7%, 클린턴 45.3%란 구체적 득표율까지 제시했다.

최근 6개월간 여론조사에선 폭스뉴스는 양자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CNN은 클린턴이 2~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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