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도장 얘기 했겠나 나 쫓아내려 하다간 공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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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6 면

“야당이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하면 낙천된 의원들 거의 전부가 탈당해 무소속이나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할 것 아닌가. 그러면 새누리당은 더욱 유리해지는 것이다. 총선 앞두고 국민 마음은 이미 다 정해져 있다. 야당이 아무리 집안싸움으로 시끄러워도 야당 지지자는 야당을, 여당 지지자는 여당을 찍게 마련이다. 중간지대는 선거날이 다가오면 다 없어진다.”


김무성 대표의 입장은 분명했다. 모든 지역구에서 100% 경선 원칙을 지켜야 하며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주장한 ‘현역 의원 컷오프’도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최고위원 전원사퇴’ 시나리오에 대해선 더욱 강경했다.


“오죽하면 공천장에 내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까지 얘기했겠나. 그러면 친박들이 날 쫓아내는 방법밖에 더 있겠나. 하지만 저들(친박계 최고위원: 새누리당 최고위는 김 대표와 서청원·김태호·이인제·김을동·이정현·안대희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와 김을동·김정훈 정도를 빼면 친박계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이 그럴 의도로 전원 사퇴한다면 나는 당헌·당규에 따라 보궐선거로 새 최고위원들을 채울 수 있다. (친박계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해도 김 대표 홀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쫓아낼 방법이 없다. 그러면 공멸이다. 하지만 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공멸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내가 얼마나 사심 없이 대표직을 해왔느냐. 대표 권한을 보강해주기 위해 대표 뜻대로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두 석 있다. 그중 한 석을 친박 핵심인 이정현 의원에게 주었지 않나. 또 다른 한 석은 공석으로 뒀다가 안대희 예비후보에게 줬다. 그가 내 말을 들을 사람인가. 내가 이렇게 사심 없이 대표직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화여론조사 경선의 30%를 차지하는 당원 가운데 ‘유령 당원’이나 지역구 이탈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당원 명부에 올라 있던 302만 명을 전수조사해 사망자나 탈당자 등을 추려내니 145만 명이 남았다. 이들의 90%는 당원이 맞다. 특히 책임당원은 매월 돈(당비)이 빠져나가니 신원이나 주소지가 정확할 수밖에 없다. ‘유령 당원’ 문제를 제기한 모 신문 보도는 대전의 한 지구당에서 당원 명부와 실제 당원이 불일치한 자료가 나와 조사를 했는데, 이를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여긴 누군가가 흘린 것이다. 불일치를 바로잡는 과정을 갖고 문제를 삼으니 어이가 없다.”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천의 결정권이 있다는 친박들 주장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일축했다. “공관위는 공천 관리만 하는 기구인데 이를 위배하고 있다. 그런데도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사무부총장이 너무 점잖아 (이런 월권을) 저지하지 못했다.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나서서 얘기를 좀 했다. 그 뒤로는 황 총장 등이 잘하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이 딴소리를 할 때마다 ‘취소하라,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공관위 월권에 대한) 1차 저지는 이렇게 황 총장과 홍 부총장이 하고 있는데, 이게 또 안될 경우엔 내가 다시 나서야 할 것이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서 비박계가 공천되도록 편을 들고 있다”는 친박들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대표로서 단 한 사람도 공천하지 않고 있다. 비례 의석 하나조차 공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수구인가. 나는 비박계 모임을 만들지 않는다. 계보가 없다. 그런데도 내가 비박계를 감싼다고 (친박들이) 나를 매도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한 식당에서 김 대표가 의원 50여 명과 만찬회동을 한 것을 두고 ‘비박계 결집 행보’란 해석이 나온 것과 관련, 김 대표는 “그 자리에 친박계가 15명이나 왔다. 또 ‘비박들 뭉치자’ 같은 말은 전혀 한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자고 강조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을 위한 모임이었다”고 했다. 이한구 위원장이 “김 대표도 공천 받으려면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선 일단 “공관위가 정한 룰이니 따르겠다”면서도 면접 무용론을 주장했다. “현역 의원이 국민에게 전반적으로 욕을 먹긴 하지만 지역구에 가면 경쟁력이 1등이다. 무조건 당선된다. 또 면접은 공천 신청서와 본인이 일치하는지, 정신이상자는 아닌지 정도만 가려내는 거다. 2~3분 봐 가지고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나. 굳이 신상이 다 공개돼 있는 현역까지 면접에 포함시켜 시간을 버리게 하는 이유가 뭔가.”


김 대표는 “우리가 집안싸움 없이 조용히 경선을 치르면 총선 정국에서 기선을 잡게 된다. 일례로 종로에서 박진·오세훈 후보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그게 화제가 되면 새누리당 바람이 불게 되는 것 아닌가. 내 뜻은 오직 정당 민주주의를 확립하자는 거다. 이한구 위원장 말대로 하면 또다시 (과거 하향식 공천처럼) 미운 놈 쳐내는 것 아니겠나. 주류와 다른 목소리도 나올 수 있는 것이 민주 정당 아니냐. 다른 목소리 낸다고 그 사람 쳐내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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