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와 소비 늘리기에 주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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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멀어지고 성장은 더욱 주춤하는 가운데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다듬고 있다.

상반기 내내 사회를 뒤흔들던 노사분규도 큰 고비를 넘기고 대통령 스스로 경제에 전념할 때라고 강조한 만큼 차제에 정책 당국이 경제회생에 전력 투구한다는 분명한 각오와 인식 전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만 보면 최근 들어 미국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과 사스 확산 진정 등으로 다소 나아지는 조짐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의 불안은 계속돼 소비와 투자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각종 정책혼선과 노사분규 등이 겹치면서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심한 불황'이라는 말이 과장만은 아닐 정도로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 경제여건이 단기간 내에 경기반전의 뚜렷한 신호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성장의 동력을 잃을 염려가 있으므로 소비.투자의 하락을 완화하는 연착륙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추경예산 처리, 자동차 특소세 인하는 물론 하반기 경제운용 대책에는 소비.투자의 촉진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는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정책대응도 부실해지고 빗나가기 쉽다. 실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노사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경제위기를 자초해온 측면이 강하다. 정말로 경제와 성장 잠재력 확충을 걱정한다면 새로운 불안요인을 만들어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특히 노사문제에 관한 한 향후에도 불법 분규에 단호히 대응하고 주 40시간 근무나 비정규직 문제 등 당면 이슈에 대해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조를 설득해내야 한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정치권도 정쟁에 앞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생.경제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게 바른 자세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느냐는 질책을 더 이상 안 듣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