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톡&Talk] 알싸한 포두주도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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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 Brut Yellow Label
생산자 : Maison Veuve Cliquot Ponsardin
원산지 : 프랑스
가격 : 7만3천원 정도
어울리는 음식 : 아스파라거스, 신선한 샐러드, 치즈 얹은 까나페 등

19세기 말 전 세계의 포도밭은 대재앙을 겪는다. 필록세라(Phylloxera)라는 작은 진딧물이 세계 곳곳의 포도나무를 고사시켜 버렸다. 그 뒤로 모든 포도나무는 필록세라에 견딜 수 있도록 강한 내성의 나무와 접목시켰다. 그런데 유독 칠레에서만은 원본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다.

광활한 태평양과 험준한 안데스 산맥이 필록세라에 대한 방패가 돼 주었기 때문이다. 방패 이야기를 하면 칠레의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를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어로 '붉은 방패'를 의미한다. 당연히 레드 와인이다. 생산자의 가문 이름(Rothschild)에서 왔지만 필록세라에 대한 자연의 방패로 더 쉽게 와 닿는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특급 와인을 생산하는 무통 로스칠드가 칠레에서 만들어낸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다. 칠레 와인 특유의 섬세함에 귀족적인 프랑스 풍이 느껴진다.

특히 순수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과 지금은 보르도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카르므네르 품종이 주는 절묘한 블랜딩은 이 와인의 특성인 매운 감성을 일깨워 준다. 상큼한 과일향에 미끈한 탄닌까지 곁들였다. 레이블의 선명한 붉은 색과 안데스의 삼각산 디자인도 깔끔해 병 자체를 보는 즐거움도 한몫 한다. 신세계 와인 답게 품질에 비해 싼 값도 큰 매력이다.

손진호 중앙대 산업교육원 와인소믈리에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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