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뿌리치고…잘해야 49억 선택한 이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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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실리’보다는 ‘명예’, ‘돈’보다는 ‘꿈’을 택했다. 이대호(34)가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입성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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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은 4일 ‘이대호가 시애틀과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시애틀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MLB) 스프링캠프에 이대호가 초청 선수로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시애틀과 1년 마이너리그 계약
스프링캠프서 치열한 생존 경쟁
25인 엔트리 들어야 빅리그 입성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최대 400만 달러(약 49억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소속된 리그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이다.

이대호는 금전적인 이익을 포기했다. 전소속팀인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이대호에게 3년간 18억 엔(약 180억 원)의 거액을 제시했다. 이대호가 빅리그에서 뛰며 모든 옵션을 채워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대호의 계약은 2013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임창용(40)과 비슷하다. 팔꿈치 수술 뒤 재활중이었던 임창용은 컵스와 스플릿 계약(최대 500만 달러)을 맺었다. 임창용은 마이너리그에서 점검을 마친 뒤 그해 9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미국행은 성사됐지만 험난한 여정이 펼쳐져 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달리 MLB 25인 로스터 진입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25명의 개막 엔트리에 들기는 쉽지 않다. 시애틀의 지명타자와 1루수 요원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애틀의 지명타자는 2014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넬슨 크루스(35)다. 크루스는 지난해 44개의 홈런을 쳤다. 주전 1루수가 유력한 좌타자 아담 린드(33)는 지난해 밀워키 소속으로 타율 0.277, 20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당장 넘기에는 높은 산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이대호는 1루수 경쟁이 가능한 또 하나의 우타자 요원”이라고 말했다. 린드가 좌완 투수를 상대로 통산 타율이 0.213에 머무를 정도로 약점을 보이자 대체 요원으로 이대호를 뽑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이대호의 실질적인 ‘1차 경쟁자’는 헤수스 몬테로(27)와 에드 루카스(34)다.

몬테로는 세 명 중 가장 앞서 있다. 뉴욕 양키스 시절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그는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MLB에서 5시즌이나 뛰었고, 스위치히터라는 장점이 있다. 지난 시즌에는 38경기에 나와 5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루카스는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선수다. 프로 13년차 오른손타자로 2013년과 2014년, 빅리그에서 타율 0.255(530타수 135안타) 5홈런, 37타점을 올렸다. 그는 1루 외에도 다른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에서 왼손투수를 상대로 타율 0.400, 장타율 0.757를 기록했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호가 빅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시범 경기에서 몬테로와 루카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주전을 확보하겠다. 충분히 그 목표를 이뤄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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