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판결, 가해부모 상황 우선 참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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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자식을 학대한 부모의 형량을 결정할 때 부모의 연령이나 경제상황, 반성 정도 등은 고려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아동이 처한 상황 등은 잘 살펴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이경은 교수는 경성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사회과학연구’ 제31집 3호에 발표한 ‘아동학대 가해 부모의 법적 조치 분석’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2000~2014년 사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판결문 14건을 비교했다.

이 교수가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부모의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분류해 보니 피고인의 상황, 범행의 잔인성, 피고인의 반성 정도, 보호자로서의 책임성, 동거여부 등 11개에 이르렀다. 반면 피해 아동과 관련한 양형 판단 요소는 아동의 의사, 아동의 연령, 아동의 자기보호능력 정도 등 3개에 불과했다.

논문에 따르면 피고인의 상황(초범여부·연령·임신 등)은 14개 판결문 중 11개에서 언급됐다. 2013년 5월 2일 의정부지법이 영아를 유기한 친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함”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한 것이 한 예다.

범행의 잔인성과 피고인의 반성 정도는 각각 10개, 피고인에 대한 보호자로서의 책임성과 이전 범죄경력은 각각 8개 판결에서 양형에 고려됐다. 하지만 피해 아동의 의사는 14개 판결 중 4건의 판결에서만 언급됐다. 아동의 연령은 3건, 아동의 자기보호능력 정도는 2건의 판결문에만 나타났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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