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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가 북한 핵을 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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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진국
김진국 기자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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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대기자

역시 중국이 문제다. 16세 걸그룹 아이돌 가수에 중국 양안이 요동치고 있다. JYP의 걸그룹 트와이스에 소속된 대만 출신 쯔위. 지난해 한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의 국기, 청천백일기를 흔든 게 뒤늦게 문제가 됐다.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서 난리가 났다. 어린 소녀가 죽을 상이 돼서 사과 동영상을 띄웠다. 이번엔 대만 사람들이 분개했다. 총통 선거에서 독립파인 민진당 후보의 바람을 일으켰다.

 옹색한 건 한국이다. 걸그룹을 구성하는 데도 중국 소녀를 포함해야 한다. 중국 네티즌 반응에 눈알을 굴린다. 무리하며 비위를 맞춘다. 시장 때문이다. ‘쯔위’가 걸그룹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경제고, 안보고, 환경이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무게를 느끼는 시대다. 핵 문제도 다르지 않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이다. 이번 주 내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모양이다. 역시 중국이 걸림돌이다.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내 봐야 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보리는 1차 핵실험(2006년) 이후로 제재 결의안을 4건 채택했다. 무기 관련 품목과 사치품을 북한에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의심 화물과 선박 검색을 강화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금융자산 이동을 금지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점점 개량되고, 통제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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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만큼 단호하지 않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을 타개할 만큼 미국이 적극적이지도 않다. 시대에 맞지 않은 냉전의 그림자만 어른거린다. 상황이 터질 때마다 한·미·일과 북·중이라는 대치 구도가 도드라지면서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경제 협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불쌍한 ‘쯔위’ 꼴이다.

 핵무기는 비대칭 전력이다. 미국, 특히 중국이 직접 피해를 보는데 핵무기 사용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매달릴 뿐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거칠게 정리해보면 네 가지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압박이다. 북한이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몰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한계에 왔다. 비군사적 제재로는 더 이상 옵션이 없다. 북한 정권은 주민 생활을 걱정하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수십만 명이 굶어 죽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B-52도 시위용 종이비행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대북 확성기가 핵무기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미국에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란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그 제3국이 중국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원유 공급 차단도 중국 손에 달렸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 사태를 주도하는 것도, 친미 정부와 국경을 맞대는 것도 싫다.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나 일본의 재무장이 압박 수단이다. 그러나 한·미·일과 북·중의 대치 구도만 뚜렷하게 만들 수 있다. 북한 압박이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둘째, 군사적 타격이다. 시리아에서, 또 이라크에서 경험해봤다. 그러나 중국 국경에서 군사 행동은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할 것이고, 북한을 더욱 철저히 보호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 더군다나 군사적 행동은 남쪽도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가 미국의 폭격 계획에 펄쩍 뛰며 반대한 이유다. 그때와 달리 이제 한번의 타격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경제 의존도로 볼 때 미·중 갈등이 현실화하면 우리가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셋째, ‘의도적 무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해온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듯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한 꼴이다. 강경파나 온건파나 모두 비판한다.

 결국 남는 것은 포괄적인 대화다. 북한 말을 믿을 순 없다. 그럼에도 제1의 목표는 정권의 안전임은 분명하다. 미국도 사실상 북한의 핵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미 수교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놓고 협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지하는 것도 주변국이 개입해야 가능하다.

 물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해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북한이 방향을 틀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이 임기제 정부라는 점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이용당한다. 뒤집어보면 북한 입장에서도 난감한 협상 상대다. 급한 건 국내에서부터, 또 한·미 간에 먼저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다.

김진국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