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앞바다에서 빈 어선 발견…선원 3명만 실종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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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귀항 선박 사진=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제공]

지난 4일 오후 5시50분쯤 인천시 중구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남서방 4㎞ 방면 해상. 물살을 가로지르던 해경 경비정이 어선 한 척을 발견했다. 40분 전 실종 신고가 접수된 7.97t급 어선 A호였다. 해경 대원들은 '사고가 났을 것'이라는 생각에 급하게 배 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조타실의 전등은 모두 켜져 있고 히터도 오랫동안 작동했는지 따뜻했다. 단 하나,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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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앞바다에서 어선 한 척이 실종됐다. 뒤늦게 발견된 배에선 선원들만 감쪽같이 사라져 해경이 조사에 나섰다. 5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10분쯤 "어선 A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호 선장의 동생이 "형과 조카가 탄 배가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 고 신고했다.

해경이 출항신고서를 확인한 결과 A호에는 선장 이모(63)씨와 이씨의 아들(35), 그리고 선원 옥모(39)씨가 탑승했다. 이 배는 이날 오전 3시쯤 인천시 동구 북성포구를 출항해 영종도 앞바다에서 새우 등을 잡는다고 신고했다. 이씨의 동생은 "오전 5시까지만 해도 인근에서 조업을 하던 A호를 확인했는데 이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A호 인근에서 조업을 하다 5시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해경은 즉시 경비정 3척과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40분 뒤 발견된 A호는 조명과 히터만 켜져 있을 뿐 인기척이 없었다. 한참 조업 중이었는지 그물을 끌어올리는 양망 기계도 작동을 하고 있었다. 배 안에는 그물의 3분의 2가 올라와 있었다.

배 안에선 침수나 충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흉기나 혈흔 등 범죄와 관련된 단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파도 높이도 1m 정도로 기상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상 사고 원인을 추측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인근 어민들은 작업을 하던 선원들이 실족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선장 이씨 등은 배를 오래 탄 베테랑이다. 물에 빠져도 곧 빠져나올 수 있다.

그물에 다리가 걸려 한꺼번에 바닷물에 휩쓸렸다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해경이 바다에서 끌어올린 사고 어선의 그물 12개에선 실종자들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그물 작업을 하다가 선원들이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긴 하지만 3명이 한꺼번에 실종된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인근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배 안에서 발견한 이씨 부자의 휴대전화와 육지에 있는 옥씨의 휴대전화 등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이들의 실종 시점을 조사하고 있다. 또 이들이 조류에 떠내려갔을 것으로 보고 헬기 1대와 경비정 14척, 해군 함정 1대, 민간 어선 등을 동원해 이씨 등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경은 A호가 북성포구에 있는 민간 대행신고소에 1주일치 출항 신고를 한꺼번에 미리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경 관계자는 "어선의 경우 입·출항 때마다 신고를 해야 하는데 A호가 이 부분을 위반한 만큼 담당 대행신고소장에 대한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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