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친박들, 유승민 맞붙는 이재만에 "진실한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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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대구동을 지역 새누리당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재만 전 대구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이 전 청장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 지역 현역은 지난 7월 국회법 파동 때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이다. 친박계 인사들의 이 전 청장 지지 발언은 역으로 유 의원의 '공천탈락'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비박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 방촌동 이 전 청장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엔 친박 핵심으로 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의 홍문종 의원,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이장우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참석이 어렵다며 대신 축전을 보냈다.

홍 의원은 축사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 후보다.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 것”이라며 “진실한 사람, 뚝심있게 일할 사람을 선택해 대구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진실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꽉막힌 국회'를 비판하며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달라.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이후 '친박'의 다른 표현인 것처럼 회자되는 용어다.

이어 축사에 나선 조원진 의원은 “모두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얘기하며 친박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린다”며 “제가 가는 곳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이 참 안됐다. 정부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이며 성공하면 국민이 행복한데 따르지 못한 분들이 계신다”며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의지 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구ㆍ경북민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 대변인인 이장우 의원도 “이 후보는 겉과 속이 똑같은 ‘감’같은 사람”이라며 유승민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회법 파동 당시 유 원내대표 퇴진에 앞장섰다. 이 의원은 “감나무를 화살로 썼던 것처럼 이 후보는 나라가 어려울 때 국가를 위해서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고, 감나무 가지가 잘 휘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후보도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신의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 지역에선 친박계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 "현역 의원끼리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구대 전영평(도시행정학) 명예교수는 “‘친박’타이틀을 내걸고 호가호위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며 “후보들에 대해선 대구시민들이 더 잘 알고 있고 제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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