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에 공무원까지 뒤봐준 110억 사기대출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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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아 해외로 돈을 빼돌린 뒤 달아난 일당이 구속기소됐다. 이들의 뒤에는 뇌물을 받고 범행을 도운 검경과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이 있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형사3부(부장 주용완)는 17일 허위 수출채권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외국으로 빼돌린 혐의(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로 A씨(39)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만든 수출업체의 해외지사장과 부장으로 일하며 범행에 가담한 2명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의 범행 과정에 도움을 준 전남경찰청 총경 B씨(57),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지사장과 부지사장·부장·대리 등 14명도 기소했다. 여기에는 검찰 수사관과 세무서 직원 2명, 세관직원, 중소기업청 직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팀장, 한국수출입은행 전 부장 등도 포함됐다.

A씨 등은 폐 구리 수출계약서를 위조한 뒤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보증을 받은 허위 수출채권을 담보로 지난해 11월부터 4개 금융기관에서 110억원을 대출받아 홍콩과 뉴질랜드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폐 구리를 홍콩으로 운반했다가 다시 그대로 한국으로 재수입하는 수법을 썼다. 홍콩과 캄보디아를 거쳐 바누아투로 달아난 A씨는 빼돌린 돈으로 뉴질랜드에서 건설자재사업을 하는가 하면 신분 세탁을 위해 캄보디아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무역보험공사 전현직 관계자들은 수출보증을 서주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인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9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들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A씨에게 해외 도피를 권유하기도 했다.

전남경찰청 총경 B씨는 무역보험공사 지사장에게 연락해 A씨 업체의 수출보증을 돕는 대가로 총 3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한국수출입은행·세관·세무서 관계자들도 각종 편의와 정보를 제공해준 대가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챙겼다. 검찰 수사관은 수사 관련 청탁을 받고 4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7월부터 A씨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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