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한 날, 신당 만든 천정배 “가짜 야당 무너뜨린 85년 기억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늘은 이미 망하고 죽은 야당의 사망선고일이자 진정한 야당이 태어나는 생일이다.”

안철수 손잡고 ‘호남+영남’ 기대
안 측은 천정배와 일단 거리 둘 듯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 13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국민회의’(가칭)의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다. 천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인 이 대회에는 발기인 868명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정배 신당’ 창당 행사였지만 오전 11시 안 의원이 국회에서 한 탈당 기자회견에 정치권의 눈길은 더 쏠렸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새정치연합 외부의 야권 신당 중심부는 안 의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선지 천 의원 측은 “우리는 아직 창당을 준비 중인 단계이므로 얼마든지 안 의원과 함께할 수 있다”고 연대설에 불을 붙였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회의라는 당명도 가칭이지 않으냐. (호남의) 천 의원과 부산 출신인 안 의원이 손을 잡으면 ‘호남+영남’ 구도가 갖춰진다”고도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이미 무너진 집에 군불을 넣는다고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겠느냐. 여왕 앞에 쩔쩔매는 2중대 야당 따위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을 이미 생명이 다한 정당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천 의원은 “1985년 2중대 민한당을 쓰러뜨리고 새로운 야당을 세웠던 2·12 총선을 기억하느냐. 가짜 야당을 쓰러뜨려야 독재가 무너진다는 걸 그 총선이 말해주고 있다. 2중대를 쓰러뜨리는 선거 혁명을 이뤄내자”고 목청을 높였다.

 85년 12대 총선을 앞두고 양김(김영삼·김대중)은 신한민주당을 창당해 전체 260석 중 6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도약했다. 천 의원이 안 의원과의 협력을 전제로 ‘제1야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천 의원의 핵심 측근은 “천 의원이 안 의원과 직간접으로 대화해온 것으로 안다. 안 의원에 이어 새정치연합 비주류 의원 13명 정도가 연말까지 탈당하기로 돼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안 의원이 데려오는 탈당 의원을 포함하면 교섭단체는 충분히 꾸릴 수 있을 것이고 연말까지 야권 재편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은 “지금 우선 순위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창당 구상과 가닥을 잡는 것”이라고 말해 일단은 거리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

 천 의원 측의 다른 관계자는 “의원이 너무 많을 필요도 없으므로 안 의원과 손잡고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등 전국에 신진 인사들을 총선에 내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과의 총선 전 통합전당대회 등 재통합 가능성에 대해선 “새정치연합은 친노 인사들과 586 운동권 출신만 남아 총선 때 궤멸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