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라크 고위관료 방한단 이브라힘 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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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 군정과 전쟁.군부독재.민주화 등 한국은 이라크와 너무나 흡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단기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경험을 잘 배워 이라크 재건 사업에 활용할 생각입니다."

한국국제협력단(총재 金錫鉉) 초청으로 지난 25일 서울을 찾은 이라크 기획부 고위 관료 20명은 "'한강의 기적'신화를 낳은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착안해 이라크도 앞으로 50년간 단계별로 경제발전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며 "2주일 동안 눈을 부릅뜨고 배워가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기획부는 이라크의 국가 예산을 배분하고 투자 계획을 총괄하는 주요 부처.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계획을 주도했던 경제기획원처럼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기획부의 국장급 엘리트 관료들이 이라크 전쟁 이후 처음으로 찾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 점에서 이들의 이번 방문은 양국의 교류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국제협력단 측은 기대하고 있다.

방문단을 대표해 인터뷰에 응한 아야드 이브라힘 알리(58.기획부 고문.사진)는 "내 차가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만든 스포티지"라면서 "한국 상품은 품질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높아 이라크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앞으로 이라크 재건 과정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진출을 희망했다.

기획부에서 건설 부문을 담당해 온 그는 "전쟁으로 정부와 군시설.공장.유전이 상당부분 파괴된 데다 오랜 경제 제재 때문에 다시 지어야 할 가옥이 1백만호가 넘는다"며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단 3년 만에 5백만호를 지었다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전쟁 후 처음으로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해 이브라힘은 "한국 측이 전쟁이 끝나자마자 어느 나라보다 먼저 '재건에 필요한 경제개발 전략을 알려주겠다'고 제의해온 데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이 이라크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문단은 외교통상부.재정경제부에서 경제발전 및 정부의 역할과 시장경제 이행과정에 관해 강의를 듣는 한편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항제철 등을 방문,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 등을 살펴본 뒤 다음달 7일 한국을 떠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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