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후 당뇨병 생기면 꼭 췌장암 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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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각 교수가 흡연·과음 등 췌장암 위험 요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구가톨릭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호각(대한췌담도학회 이사장·사진) 교수는 췌장암 분야 1세대 내과전문의다. 20년 전 췌장과 담도(쓸개관)의 치료에 쓰이는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ERCP)을 선도적으로 시작해 수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췌장암은 여전히 도전 과제다. 환자가 전이·재발한 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효과적인 치료제도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췌장암 발생률은 전체 암 중 8위지만 사망률은 5위다. 5년 생존율이 가장 낮다. 김 교수는 “매일 12명이 췌장암에 걸리고 11명은 죽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지난달 국내 첫 ‘췌장암의 날’ 행사를 주도하며 ‘췌장암 바로 알기’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췌장암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효과적인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6개월간 체중 5% 줄면 의심을

첫째는 조기 진단과 예방이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8.8%에 불과하지만 암이 췌장에만 있을 때, 즉 조기 치료하면 27.4%로 3배쯤 높다. 소화력과 당뇨병에 주목한다. 췌장은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를 분해하는 소화효소를 만든다. 따라서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막연히 소화기능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준다. 이유 없이 6개월간 체중의 5% 이상이 줄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식후에 배꼽 위나 등쪽 통증이 심해도 병원을 찾는다.

 흡연은 가장 확실한 췌장암 유발 원인이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췌장염이 있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만성췌장염을 일으키는 과음도 피한다. 당뇨병 역시 췌장암을 의미하는 주요 지표다.

췌장은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김 교수는 “특히 50대 넘어 ‘늦은 당뇨’가 생기거나 당뇨를 앓고 있더라도 갑자기 조절이 안 된다면 췌장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둘째는 식생활 습관 관리다. 암과 항암제는 식욕 부진, 미각 변화 등을 일으켜 암 환자를 총체적인 영양 불량 상태에 빠뜨린다. 특히 췌장암 환자의 경우, 심한 통증 탓에 음식 섭취를 더욱 기피하게 된다. 실제 췌장암 환자가 영양실조를 겪을 확률은 모든 암 중에 가장 높다.

 김 교수는 “영양 상태가 악화되면 암이 더 빨리 진행되고, 수술과 항암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어 “영양소가 암 조직을 성장시킨다거나 췌장이 부담을 받아 암세포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암과 싸워 이기려면 면역력을 책임지는 알부민, 글로불린 등 단백질 섭취가 더욱 필요하다.

 췌장암 치료법은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에 ‘걸리면 죽는 병’이던 췌장암도 이제 6개월 이상 수명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기 발견이 가장 좋지만 항암치료도 과거에 비해 힘들지 않기 때문에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식약처가 기존 항암제 효과를 높여주는 면역치료제의 다기관 임상시험을 승인해 연구가 막 시작됐다”며 “췌장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췌장암 극복 시기는 한걸음 더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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