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팔고 서버는 아일랜드에 … 온라인 세금 회피도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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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구입해 봤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판매하는 이 영화의 가격은 3달러 47센트(약 4000원). 하지만 한국 정부는 구글에 세금을 제대로 부과할 수 없다. 구글의 영화 판매 사업을 하는 사무실은 한국에 없고, 영화를 대여하는 서버는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간 전자상거래에도
서버만 고정사업장 간주해 과세
지재권 등 무형자산 확대 수법도
G20, 세 부과 국제기준 손보기로

 기획재정부는 국내에 사무실을 두지 않고 온라인 거래만으로 세금을 피하는 기업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15~16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승인된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 방지 프로젝트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G20은 다국적기업이 사무실 같은 고정사업장이 없는 온라인 회사를 세우거나 무형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를 하고 있다고 보고, 국제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인터넷만으로 핵심 사업을 하면 각국의 과세망을 피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가 간 전자상거래를 하면, 정보를 제공하는 서버만 고정사업장으로 간주됐다. 구글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1~2%에 불과한 아일랜드에 서버를 뒀다.

 커피와 같은 실물 거래나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 이전도 세금을 빼돌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네덜란드에서 올린 커피 수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스위스와 영국으로 이전한다. 스위스에는 원두를 구매하는 계열사를 설립해 네덜란드 법인에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커피 원두를 판매한다. 영국에는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계열사를 만들고 네덜란드 법인에서 블렌딩이나 로스팅 방식에 대한 로열티를 받도록 했다. 스타벅스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네덜란드에서 올린 이익 4억 유로(약 4800억원) 중 0.6%인 260만 유로(30억원)만 세금으로 납부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련기업끼리 원료나 무형자산을 주고 받을 때 책정하는 가격인 ‘이전가격’에 대한 지침서를 개정해 2018년 이를 발간하기로 했다. OECD는 실제 이익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목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 입법 사례를 분석해 고정사업장에 대한 규정이나 이전가격 지침 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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