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문성근씨 TV 진행자 내정-편향 인물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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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인 '역사 스페셜'을 폐지하고 대신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를 신설, 진행자로 문아무개씨를 기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뜻있는 시청자들로부터 즉각적인 반발과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대체로 세 갈래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KBS를 대표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역사 스페셜'인데 왜 갑자기 없애느냐는 항의다.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재평가해 온 이 프로그램은 KBS가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PD들의 의사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잘 나가고 있는 프로그램을 왜 없애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폐지 사유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둘째, 왜 후속 프로그램이 '인물현대사'인가 하는 논란이다. KBS의 고위 편성책임자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이른바 의식화 교육을 받느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TV에서 덜어주겠다는 게 제작진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국가 기간방송이 이데올로기 전파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셋째, '인물현대사'의 진행자 문제다. 왜 하필이면 문아무개냐 하는 점이다. 노사모의 간판급 인물이 '의식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는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우룡(한국외대 교수/ 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