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문성근씨 TV 진행자 내정-자율성 보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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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성근씨의 새 프로그램 진행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의 정치성향을 볼 때 공정성을 더욱 지향해야 할 공영방송으로선 오해살 만한 발탁이며,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찬성 측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방송은 별개이므로 진행자로서 문씨는 아무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김정수 기자

하나의 프로그램이 방영도 되기 전에 논란의 초점으로 떠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아마도 '역사 스페셜' 종영에 대한 대중적인 아쉬움과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진행자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가지 정치적 포석을 내포한 일부 매체와 정치권의 의도적 의혹 부풀리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선 상당수 시청자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왜 폐지하느냐"는 의문부터 알아보자. 주지하듯이 '역사 스페셜'은 4년반이나 방영돼 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모든 포맷은 강점과 동시에 약점을 지니며 시간이 감에 따라 참신성을 잃는다. 단적인 예로 '역사 스페셜' 포맷은 인물사나 정치사를 다루는 데 적합하지 못하다. 따라서 포맷은 주기적으로 바뀌게 마련이며 그에 따라 프로그램의 이름도 바뀐다.

그 외에 '문성근씨가 진행자로서 적절한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 프로그램, 더구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역사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있어 진행자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며 원천적으로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적어도 요즈음의 KBS에서는 더 이상 사장이나 간부들의 일방적 전횡이 통용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낡은 정치적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하는가.

이강택(KBS/ PD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