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서민 주거 안정이 최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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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문제는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

뉴욕주 의회가 논란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덕분에 뉴욕시 서민들은 아파트 월세가 한꺼번에 치솟을 걱정은 붙들어 맬 수 있게 됐다. 뉴욕주 의회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렌트안정법을 다시 8년 연장키로 결정했다.

이 법은 월세 2천달러 이하의 아파트를 재계약할 때 집세를 지나치게 많이 올릴 수 없도록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5일로 5년간의 유효기간이 다해 완전 폐기냐, 재연장이냐의 기로에 놓였다. 주의회는 기한을 닷새나 넘기면서 논란을 거듭하다 계속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뉴욕 시내 약 1백만가구의 서민용 아파트. 이들의 임대료는 시에 설치된 집세가이드위원회가 정하는 인상률 범위 안에서만 올릴 수 있다.

위원회는 시 당국자와 세입자 및 집주인 대표로 구성된다. 아파트 관리비 등을 감안해 매년 다음해의 인상률을 합의해 정한다.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내년도 인상률은 1년 계약의 경우 4.5%, 2년 계약은 7.5%까지다.

그동안 세입자와 집주인 간에는 큰 싸움이 벌어졌다. 세입자들은 이 법이 없어지면 아파트 임대료가 치솟아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보스턴의 예를 들며 렌트규제법이 폐지될 경우 부동산값이 크게 뛰어 가난한 이들은 모두 도시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집주인들은 이 법이 임대료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억눌러 신규 아파트 건축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을 갈수록 왜곡시키기 때문에 렌트규제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정치인들도 이 문제를 놓고 맞섰다. 가진 사람들 편인 공화당 의원들은 렌트안정법을 집주인에게 유리하도록 완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집세 상승을 우려하는 세입자 측에 서 왔다.

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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