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다 세금 … ” 최경환·이주열 화환 콕 집은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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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 바뀐 슬로건인 ‘이제는 민생입니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금융개혁, 돈이 도는 활기찬 경제’)에 참석해 축사를 마치고 나오다 문 앞에 늘어선 화환 행렬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당대표 취임 때부터 근절 약속
금융토론회 화환 행렬 보자 비판
일각 “당복귀 앞둔 최경환 견제”

 그러고는 기자들을 향해 “저런 것 좀 (기사로) 써야 한다. 지금 세미나를 하는데 화환은 왜 저렇게 갖다 놓느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김 대표는 화환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최경환, 이주열(한국은행 총재)…. (이들이 보낸 화환값은) 모두 국민 세금 아이가”라고 했다.

 토론회는 새누리당 금융개혁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림 의원 주최였다. 행사장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은 총재가 보낸 화환 외에도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정부 부처와 기관장들이 보내온 대형 화환이 20개 이상 줄줄이 서 있었다. 김 대표의 측근은 “대형 화환은 한 개에 10만~15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김광림 의원실은 김 대표의 지적이 있은 뒤 부랴부랴 “오늘 받은 화환은 모두 쌀 소비 촉진 차원에서 받은 쌀 화환이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일부 화환은 쌀 화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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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개혁’ 토론회 행사장 앞에 줄지어 선 화환들. 토론회 축사를 위해 참석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부처 장관들이 보낸 화환에 대해 “국민 세금 아이가”라며 질책했다. [뉴시스]

 김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의 ‘화환 문화’를 지적해왔다. 지난달 28일 당 중앙위원회가 주최한 ‘역사 바로세우기’ 포럼에 참석해서도 축사에 앞서 ‘잔소리’부터 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의원회관에 가면 하루에도 한 대여섯 개씩 세미나가 열리는데, 국회의원이 하는 세미나에 화환이 왜 와야 되느냐. 저런 것들 다 필요 없는 거다”며 문 밖 화환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김 대표가 이처럼 화환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약속한 것 중 하나가 ‘화환 줄이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 취임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 22일 당 소속 의원 연찬회에서 “당 대표 명의의 축하 화환과 조화를 줄이겠다”며 “이 시간 이후부터 화환을 일절 받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석 달 전 절주를 시작했는데 체중이 6㎏ 빠졌다”며 과도한 음주를 막고, 비행기 이코노미석 이용 등을 촉구한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많은 화환 중에서 굳이 최 부총리의 것을 콕 찍어 실명까지 거론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뒷말도 나왔다. “조만간 당으로 복귀해 친박근혜계 구심점 역할을 할 최 부총리를 향한 불편한 마음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현역 의원(3선·경산-청도)인 최 부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법정시한 12월 2일)하면 부총리직을 내려놓고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4대 개혁(금융·노동·공공부문·교육 개혁)을 주창한 지 오래됐는데 왜 금융 개혁이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되지 않는지 당국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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