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자비 털어 오토바이까지 산 여형사의 집념…전과 17범 절도범 붙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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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을 이용해 서울 시내 상가를 털어온 전과 17범 30대 남성이 여형사의 끈질긴 추적에 결국 덜미를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7월부터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영등포, 동작, 용산 등의 상가를 들어가 18차례에 걸쳐 2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특수절도)로 전모(32)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자전거 전용도로에 폐쇄회로TV(CCTV)가 많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범행장소로 이동 할때는 항상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달 1일 새벽 4시경,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식당에서 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나는 전씨의 모습을 식당 CCTV와 주변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이후 전씨의 행적을 확인할 마땅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유일한 단서는 전씨가 자전거를 타고 범행현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동작서 형사과 정지윤(32ㆍ여) 경장은 자비로 오토바이를 구입해 직접 전씨의 예상 이동경로를 수차례 왕복하며 단서를 찾았다.

수차례 현장조사 끝에 이달 8일 정 경장은 한강대교 위에서 한강시민공원쪽으로 연결된 자전거 도로길을 발견했다. 이것이 범인이 이용한 도로일 것이라고 직감한 정 경장은 도로를 타고 한강시민공원으로 이동했다. 결국 정경장은 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던 전씨를 발견하고 현장 검거에 성공했다.

정 경장은 "마치 잡아보라며 놀리는 듯 태연하게 범행하는 전씨의 모습을 CCTV에서 보고,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오토바이까지 샀는데 결국 검거하게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는 전과 17범으로 절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올해 4월 안양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며 "고아 출신으로 친인척도 없던 전씨가 갈 곳도 없고 생활비도 없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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