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재인 "흔드는 세력은 128명 중 1명에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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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9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이 두번째 죽을 고비"라고 말했다.

본지 10일자 3면 <정치생명 건 문재인 “나 아니라면 빨리 새로 선택해야”>에 못담은 문 대표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2ㆍ8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3번의 죽을 고비’를 언급했다. 대표가 되지 못해도, 당을 바꾸지 못해도, 총선에서 져도 죽는다고 했다. 이번 재신임 국면은 새로운 고비라 생각하나.
"지금이 두번째 고비 정도가 되지 않나요? 당을 바꾸지 못해도 (나는)죽는다. 당을 바꾸고 있는 과정이다. 혁신안을 놓고 토론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혁신이 끝나면 우리는 단합해야 한다. 혁신위의 혁신은 시작에 불과하다. 혁신위가 끝나도 우리는 계속 혁신해야 한다. 그런데 제 거취를 둘러싸고 논란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차제에 그런 부분을 해소해 이제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왜 혁신안 처리에 직을 걸었는가.
"나도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되는 것…. 뭐, 그렇게 (대표직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당무위 통과가 꽤 걱정이 됐는데, 당무위 이전에 (재신임 제안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원래 재신임은 별개였다. (재신임 제안의) 타이밍도 (혁신안이) 통과된 이후에…. 그렇게 잡았었다. 정말 새롭게 시작하자고 하고 싶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해온 비주류 세력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었나.
"제가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스킨십이나 술 한 잔 마시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당이 기득권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 민심의 요구도 그것이다.'

문 대표는 "당 비주류의 불만의 배경은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에 이길 수 없다는 것 때문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재신임을 물어 그런 주장이 당원과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주장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곤 "아까 질문에 추가로…"라며 두차례나 더 답변했다.

"다시 하자면…. 그런 말 하는 분들 우리 당에서 얼마나 되나. 우리당 의원이 128명인데, 1명이 말씀하시면 128분의 1의 목소리로 봐야 한다.……또 아까 질문에 답을 보충하면…."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비주류들은 혁신안이 계파청산에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웃으며) 혁신위의 모든 작업이 계파 청산을 위해서 아닌가. 행여 대표가 계파 패권주의에 입각해 당을 운영하거나 공천권을 행사하는 일이 있을까봐 그러지 않도록 시스템화하는 거 아닌가. 당무위를 통과한 혁신안을 보면 정말로 대표의 공천권이 다 내려놓아진거 아닌가. 그리고 혁신위의 혁신 작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혁신은 당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 취임직후 당을 수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신제품’으로 만든다고 했는데, 계속 '고장수리중'인 것 같다. 혁신안이 통과되면 신제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
“(심각한 표정으로) 전임 대표 시절 혁신방안들은 안만 만들어지고 실천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당헌ㆍ당규에 반영이 되면서 실천하는 과정을 거치게 했다. 그리고 콘텐트 면에서도 ‘유능한 경제정당’,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 방안도 제시했다. 안보에서도 그저 지키기만 하는 안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드는 안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새로운 콘텐트도 선보이고 있다. 우리당이 하나가 돼서 힘차게 나갈 수만 있다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작업도 속도있게 해나갈 수 있을 거다.”

-당이 신제품이 되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당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그에 맞는 인재 영입에 대해서도 많은 복안을 가지고 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그런 분들의 영입이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인재영입은 대부분 총선출마자들이라고 보면 되나. 야당엔 안보전문가, 외교전문가, 경제전문가가 드물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그룹이 있을 수 있다. 당장 총선에 나설 분도 있고, 우리의 정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도 있다. 당장 총선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갈 분도 계시고…. 우리 당 의원 중 외교전문가와 경제전문가가 수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곽에서 자문을 받는 전문가층은 두텁다. 2번의 정부 집권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제, 외교, 안보는 물론 군사분야에서도 두터운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호남지역 기자들과 만나서 야권후보 단일화 방식에 부정적인 언급을 한 이유는.
"지금 고거에 했던 방식, 야권연대를 통한 단일화를 되풀이하는 것은 저는… 그 시기에 맞았던 방식이고, 내년 총선에 맞는 방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이든 함꼐하는 노력은 계속해야겠지만, 과거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지지를 받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우리당의 사정을 보더라고 우리당은 공천제도를 투명하게 시스템을 세우는 일에 많은 노력을 하는데 선거에 닥쳐 단일화를 하면 노력한 공천 제도들이 또 무너지거나 흔들리게 되는 거다. 그런 선택도 하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면서 호남기자들에겐 (다른 정파와)통합 내지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통합은 몰라도 연대는 결국 단일화한다는 뜻 아닌가.
"지금은 이 정도밖에 말씀 드릴 수 없다. 남의 이야기를, 상대가 있는 이야기를 내가 아무리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다만 우리당은 함께할 용의가 있으며,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는 말씀만 드리겠다."

-최근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전경련을 방문했는데.
“야당 대표가 전경련을 방문한 게 처음인지 몰랐다. 저는 양대 노총과 중기중앙회, 대한상의에 이어 전경련에 갔다. 경제를 위해서라면 어떤 경제 단체와도 만나서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의 전경련 방문이 뉴스가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특히 전경련의 남북경제협력 신5대원칙은 우리당이 제시한 ‘경제통일 구상’과 맥락이 상당시 유사하다. 거의 같을 정도다. 전경련도 수락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협의와 연구자료 교환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 대표는 경남중 동문이다. 각각 24, 25회로 김 대표가 한해 선배다. 김 대표와의 콤비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화제를 돌렸다. 문 대표는 웃으며 “콤비가 잘 맞고 안 맞고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예전의 여야대표들과는 달리 두 분이 어려운 현안을 담판으로 풀어와서 해 본 말이다.
“뭐 어쨌든 좋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아, 꼭 하고 싶은 말은 그분도 과거에 지역주의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정치 안 된다고 말했던 분이다. 그 방안이 드디어 제시된 것 아닌가. 중앙선관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제시한 것이다. 선거구를 획정하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힘들기 때문에 이번에 두번 다시 없을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그분이 입을 싹 닦고 그 부분(권역별 비례대표제)은 전혀 딴소리를 하고 있거든요.”

-김 대표도 문 대표가 대선후보시절이나 당 대표로 나서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공약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저는 오픈프라이머리 받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저는 생각이 바뀌지 않은 사람이다."

-노동개혁 같은 문제도 합의한 두 분인데, 선거제도 문제는 못 풀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정치인의 일생일대의 과제다. 이 기회를 놓치면 국민과 역사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무성 대표가 통큰 정치를 강조한다면 이번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하셔야 한다. 저는 오픈프라이머리 통 크게 할 용의가 있다.”

만난사람=강민석 정치부장대우, 김성탁·강태화 기자sunty@joongang.co.kr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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