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만원버스 얌체族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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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며칠 전 출근길에 만원버스를 타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도 이용 승객이 많은 버스인데 그날은 배차시간마저 잘 맞추지 못했는지 버스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무래도 타기 힘들 것 같아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승객이 주저하자 운전기사는 " 뒤쪽에는 공간이 좀 있는데 뒷문으로 타려면 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당연히 나와 다른 승객들은 뒷문으로 버스에 올랐다.

내리기 전에 사람들을 뚫고 운전기사 쪽으로 나아가 요금을 내고 앞문으로 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나처럼 생각하는 승객들이 없어 보였다. 뒷문으로 탄 승객 대부분이 자신이 내려야 할 곳에 도착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요금을 내지 않고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만원버스에 시달려보면 배차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운수회사에 불만이 생긴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승객들을 도우려 애쓴 운전기사의 성의를 무임승차로 갚는 것은 비양심적이다.

김남규.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