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무수리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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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임권택 감독이 탄생시킨 '춘향이' 이효정(20)이 TV 드라마에 첫선을 보인다.

다음주부터 사극 '장희빈(KBS 2 수.목 밤 9시55분 방송)'에 무수리 역할로 합류하는 것이다.

이효정은 2000년 여고 1년생 때 임감독의 '춘향전'에 주연으로 발탁돼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엔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하고 건강도 추스르며 3년여를 보내다 이번에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춘향전'은 멋모르고 찍었어요. 부모님께서 연예인으로 나서는 것을 반대하기도 하셨고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 용기를 냈죠"

'장희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억울하게 폐위됐다가 다시 중전의 자리를 되찾은 인현왕후를 지극 정성으로 보필하는 무수리. 복위된 후에도 장희빈의 무고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앓는 인현왕후에게 탕약을 달여 올리고, 장희빈 측의 동정을 염탐해 낱낱이 고해바치는 등 충성을 다한다.

"일부에선 비중이 작은 무수리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세요. 하지만 TV 드라마는 처음이기 때문에 작은 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배워가고 싶어요"

영화에 이어 TV에서도 시대극으로 첫발을 떼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춘향이가 갑자기 현대극에 나가면 재롱잔치에 화장하고 나온 아이처럼 어색할 것 같다"며 스무살 신세대답지 않게 진중한 태도를 보인다.

연기의 세계에 입문하도록 도와준 임감독과 요즘도 가끔씩 휴대전화로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는 이효정은 "감독님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조금씩이나마 발전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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