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프리먼 열연 '브루스 올마이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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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흑인이라고?

코미디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감독 톰 새디악)에서 흑인 배우가 하느님을 연기해 화제다. 거기다 지난달 23일 미국에서 선보인 이 영화는 개봉 2주 만에 '매트릭스2:리로디드'를 제치고 2억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1898년 흑인 목사 헨리 맥닐 터너가 '하느님은 흑인(Negro)'이란 글을 발표한 후 신학계에서 종종 논란이 됐던 하느님의 피부색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얼굴 연기의 달인인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뉴욕의 한 지역 TV방송사에서 리포터로 일하다가 해고당한 브루스가 어느날 갑자기 하느님(모건 프리먼)으로부터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받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줄거리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브루스가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빚어낸다.

하느님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66.사진)은 할리우드에서 현역 최고의 흑인 배우로 인정받는 연기자다. '쇼생크 탈출''딥 임팩트''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세븐''하이 크라임' 등에 출연하며 특유의 중후한 면모를 보여왔다. SF 재난영화 '딥 임팩트'에선 흑인 배우 최초로 미국 대통령을 연기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번 배역을 놓고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 배우가 신으로 나오는 것은 20~30년 전만 해도 꿈도 꿀 수 없었다"는 신학자 제임스 콘의 말도 인용했다. 뉴욕의 침례교 목사인 레이 영블러드는 "흑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라고 평했다.

인종.성 문제 등에서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할리우드가 그만큼 달라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배우(덴절 워싱턴.핼리 베리)가 남 녀 주연상을 받은 이후의 일이니 더욱 흥미롭다.

흑인 배우가 하느님으로 나온 건 사실 처음이 아니다. 1936년 흑인 뮤지컬 영화 '초원(Green Pasture)'에 등장한 하느님도 흑인이었다. 하지만 8천만달러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 비교할 일은 아니다.

한편 제작진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극작가 스티븐 오데커크는 "어떠한 신학적, 혹은 인종적 배려도 없었다. 모건 프리먼이라는 중량급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주된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선 비록 프리먼이 하느님으로 나오지만 여전히 백인 배우 캐리의 보조 역할에 그쳤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다음달 11일 국내에서도 개봉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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