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비판에 안철수 "난 선거 패배 책임지고 물러났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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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자신의 '혁신위 실패'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안 전 대표는 4일 "나는 7·30 재보선 패배에 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려놨다. 그래서 전당대회가 열리면서 당이 안정됐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이 분열과 갈등에 휩싸이고 국민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혁신위 구성 필요성이 생겨 활동하고 있는데, 전 대표를 맡았던 분이 성급하게 폄하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 예의에 벗어난다.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으리라고 보는데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얘기한 건 무례하고 무책임하다"며 안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는 "지금 당이 혼란스러워지고 혁신위가 만들어진 이유가 4·29 재보선 패배 때문 아니냐"며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표가 아니라 자신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과 안 전 대표가 충돌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는 "혁신을 흔든다면 혁신위가 아무리 한들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혁신위를 두둔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전주에서 열린 공정성장 간담회에서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며 "당의 일대 변화와 쇄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정풍운동이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날 9차 혁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온 김 위원장은 "당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혁신의 반대편에서 자신의 기득권과 자신의 정치를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쉬운 일이고 그 보다 더 쉬운 일은 남을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기득권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 당이 지금 혁신의 수술대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탈당파에 대해선 "심지어 당의 이름으로 열매를 따먹고 철새처럼 날아가려는 사람도 있다. 먼저 반성하고 노력하고 희생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에 앞서 김한길 전 대표도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혁신위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더 혁신해야 하는데 혁신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고,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을 하자는 긍정적 의미로 판단한다"고 호응했다. 안 전 대표는 6일 당 혁신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추가로 밝힐 예정이다.

비노 진영 핵심 인사들의 혁신위 활동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쏟아지면서 혁신위와 정면 충돌 양상이 나타나자 문 대표는 이날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의원님들, 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혁신에) 마음을 모아주면 좋겠다”며 “국민이 우리 당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당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헌신하고 함께 하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당에서 높은 지지를 받으며 혁신이 실천되는 경우가 없었다”며 “혁신위가 아주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했다.

◇혁신위, 최고위 대신 11명 대표위 제안=당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 만들기로 한 지도체제로 당 대표 1명과 5개 권역별 대표 5명, 여성·청년·노동·민생 대표 4명, 당연직 원내대표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는 '대표위원회'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당 대표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한다. 신설되는 권역별 대표 위원은 시·도당위원장 중 선출하는데 서울-제주, 경기-인천, 강원-충청, 호남, 영남으로 쪼개 시도당위원장 내에서 호선하는 방식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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