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과 대결한 바브링카 "정현은 우승 가능한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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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9·상지대·삼성증권 후원)이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강자 스탄 바브링카(30·스위스)를 만나 아쉽게 졌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69위 정현은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5위 바브링카에 3시간 12분 접전 끝에 3-0(6<2>-7, 6<4>-7, 6<6>-7)으로 졌다.

바브링카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었던 바브링카는 올해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다. 세트스코어만 보면 3-0으로 완패였지만 세계 5위를 상대로 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다. 서브에서 차이가 났다. 바브링카가 서브 에이스 26개를 넣는 동안 정현은 3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바브링카의 서브는 최고 시속 215㎞까지 나왔다. 정현은 최고 시속 202㎞였다.

1세트에서 정현은 바브링카의 강력한 한손 백핸드 리턴에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했다. 1-4로 몰린 상황에서 정현은 바브링카의 실책에 힘입어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타이브레이크까지 세트를 끌고 갔지만 2-7로 졌다. 2세트에서는 정현이 바브링카가 서브게임에서 더블 폴트와 실책을 연달아 범해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3-0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정현 역시 1-4에서 서브게임을 내줬고 다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두번째 타이브레이크에선 4-5까지 따라붙어 봤지만 바브링카가 서브 에이스로 정현을 제압했다. 3세트도 아쉽게 내줬다.

정현은 경기 후 "바브링카를 상대로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면서 "한 세트에 한 시간이 걸리도록 끈기있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목표를 이뤘다. 쥐가 나도록 뛰어서 만족한다"며 웃었다. 윤용일 코치는 "정현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 결과는 아쉽지만 세계 5위 선수와 대결해 밀리지 않았다. 앞으로 서브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정현은 이형택(39) 이후 끊긴 테니스 스타 계보를 잇는 선수로 떠올랐다. 바브링카도 "정현의 움직임이 좋아 매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어린 나이지만 경기력이 뛰어나다"며 "정현은 앞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도 가능한 선수다. 몇 년 안에 (우승)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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