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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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듀크대 정치학과「J·F·휴」교수가 기고한「소련의 기술격차」에 관한 글이었다.
우선 소련과 일본은 20세기초, 거의 똑같은 시기에 공업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들 두나라는 2차대전의 재화를 함께 겪었다는 점에서도 비교된다.
오늘 이들의 현실은 어떤가. 일본은 첨단기술 상품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다.
소련은「휴」교수의 표현을 빌면『동유럽이나 제3세계에 팔아 먹을수 있는 기계는「단 한개」도 만들수 없는』처지가 되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지금의 소련경제체제가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으리라는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슬라이티스트 에비던스(slightest evidence), 글자 그대로 눈꼽만아 낌새도 없다는 장현이 이상적이다.
한때 소련의 기술수준은 다른 나라들이 눈독을 들일만큼 앞서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것은 모두 재(회)가 되어버렸다는 얘기다.「휴」교수는 오늘의 소련이 유럽과 일본은 물론 한국 싱가포르, 어쩌면 중공보다도 뒤떨어진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들을 뒷받침하는 정보로는 최근까지 소련군 총사령관을 지낸「니콜라이「오가르코프」교수의 논문이 제시되었다. 지난해 5월9일자 군기관지 적성에 실린 그의 논문은『지금의 소련 경제로는 서방과 대등한 군사력을 지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선핵무기마저도 소용없다는 말도 했다.
문제는 소련의 경제력이다. 사실 경제력이 약하다는 얘기는 군사력이 약하다는 얘기보다 더 치명적이다.「오가르코프」의 적정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아뭏든「오가르코프」는 지난해 11월 똑같은 글을 다시 발표하고 나서 2개월만에 소련 서부지구 사령관으로 밀려났다.
소련의 이런 현실은 오늘의 정치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휴」교수는 현 집권층이 미국의「자주전쟁」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소련의 젊은 세대는 현실정치를 거부하고 필연적으로 첨단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소련의「그로미코」외상이 우울한 얼굴을 하고 미국과의 군축회담에 나온 것도 그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리 보면 이것은 바로 이 시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군사력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부터는 경제력의 시대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역시 첨단기술이다. 이처럼 유럽첨단기술은 한 나라의 힘의 원천인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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