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만들기’ 대신 ‘하와이 여행’ 상상하면 돈이 빨리 모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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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근 ‘뉴로경제학을 활용한 금융플랜 설계’ 보고서를 내놓은 박진우 KB금융지주 책임연구원은 “뇌를 알면 재테크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흥적인 소비’를 유발하는 ‘직관적인 사고’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면 재테크 상황에서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관적 사고는 대뇌 피질 아래서 일어난다. 빠른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이미 얻은 것보다 당장 잃고 있는 것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주식 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A주식을 매수해 그간 주가가 올라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주가가 며칠 연속 하락하면 투자자는 주식을 팔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투자기간 전체적으로 이익이 나고 있더라도 눈앞의 손실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이럴 땐 지난 6개월 또는 12개월의 수익률로 전환해 성과를 다시 확인하면 부적절한 주식 매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손실이 커 보이는 이유는 우리 뇌에서 작용하는 직관적 사고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 뇌가 월급 100만원보다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 50만원에 더욱 크게 반응하는 것도 직관적 사고의 영향이다. 보너스로 그간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 데 쓰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직관적 사고는 저축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월급 100만원의 일부를 떼 저축을 하면 뇌는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고 반응해 저축액을 늘려가기 어렵다”며 “가욋돈인 보너스는 무조건 저축한다고 생각하면 뇌에 현재의 소비를 줄인다는 ‘손실’의 느낌을 주지 않아 상대적으로 빠른 돈 모으기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통장 쪼개기도 뇌과학적으로 재테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계좌를 현재 소비용, 장기저축용, 은퇴자금용과 같이 분리해 운영하면 뇌는 두뇌에 다른 ‘표식’으로 계좌를 입력한다. 이렇게 달리 입력된 표식으로 사람의 뇌는 각 계좌의 ‘유동성’을 다르게 인지해 적금을 충동적으로 깨버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1년 안에 1억원 모으기처럼 숫자로 재테크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가족과 하와이 여행 가기’처럼 돈을 모아 어떻게 구체적으로 소비할지 이미지를 직접 상상하는 것이 뇌 표식을 강화해 재테크에 좋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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